공부만 잘하면 나머지는 다 알아서 해결된다고 믿는 한국 엄마들. 대학을 졸업하고도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는 뒷심 부족 현상은 헬리콥터 엄마들의 근시안적 자녀 교육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자녀를 사회가 원하는 인재로 키우려면 자기 인생을 스스로 계획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어려서부터 ‘나’라는 포트폴리오 만들어볼 것이다. 특목고 진학이 자녀의 대학 진학이나 진로, 취업, 성공까지 보장해준다고 믿는 학부모가 많지만, 선행에 선행을 거듭하며 쳇바퀴를 돌다 보면 제때 경험해야 할 일을 놓치기 십다. 좋은 학벌이 인생의 보증수표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제대로 된 자녀 교육을 할 수 있다. 사회 진출 방향과 기준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는데도 엄마들의 머릿속에는 엘리트 의식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앞으로 사회가 요구되는 ‘준비된 인재’의 세 가지 요건은 희소성, 글로벌 능력, 문제 해결 능력이다. 다양한 경험을 뒤로한 채 공부만 강조하다 보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과 대치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입에 넣어주는 것만 받아먹던 아이들은 미래를 예측하고 사회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아이들의 인생에서 스스로 ‘아하’하고 느끼는 과정이 생략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이 사람을 뽑을까 말까 고민될 때 인사 담당자들은 지원자의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확인한다. 여행이나 체험, 봉사활동 같은 평소 생활은 물론 인맥이나 사회성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블로그나 미니홈피는 급조할 수 없는 인생 기록. 어려서부터 글이나 사진, 동영상을 통해 자기 색깔을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보라. 자기의 인생 계좌, 즉 ‘커리어 어카운트(career account)’를 개설해 인출 내용을 관리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하여야 한다다.
‘나’에 대해 탐색하는 과정은 적성 파악에도 도움이 된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아이 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점수에 맞춰 전공을 선택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자녀의 진로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고교 진학 상담 중 담임교사와 멱살잡이 소동을 벌인 학부모 사례를 들은 적이 있으며, ‘실업계 교복을 입고 다니는 꼴은 못 보겠다’는 식으로 아이 인생은 뒷전인 채 부모 자존심만 내세우다 보면 자녀의 장래를 망치게 된다.
아이의 적성과 진로가 궁금하다면서 관상이나 사주를 보고 DNA검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비과학적인 접근은 삼가야 한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는 직업진로정보센터에서 운영하는 커리어넷(www.careernet.re.kr)이나 워크넷(youth.work.go.kr)을 통해 흥미와 적성, 가치관, 진로 성숙도 검사가 가능하다.
평생 학습 사회, 기초 닦아줄 전공 선택해야 자녀가 과학이나 역사, 영화, 음악, 디자인, 스포츠 등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해 애정을 쏟을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희소성 덕분에 경쟁률도 높은 이색 학과 출신들이 비정규직으로 취직하는 경우가 많아 연봉이 낮고 이직률도 높은 것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안정적인 직업군을 어떻게 판별하느냐는 질문에 ‘평생 학습’이 답안이다. 미국의 경우 70세까지 45년 동안 8번 이직을 한다는 통계가 나와 있어요. 우리나라도 평생 직장이 아닌 평생 직업, 평생 학습 사회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인기나 유행을 좇기 보다는 튼튼하게 기초를 닦을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 필요한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는 재교육으로 보충, 응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대충대충 넘어가는 행동은 삼가야 할것이다. 모든 일에 열심히 성심성의껏 임하는 열정지수(passion quotient, PQ)가 미래를 여는 성공 잣대가 될 수 있다. 사람은 많지만 필요한 사람이 없다는 기업의 하소연은 열정이 있는 인재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괴짜를 뽑는 기업의 채용 공고를 눈여겨 보라. 자장면 배달원의 마케팅 원리와 고객 감동 서비스가 기업 경영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세상이다. 자기 분야에 미쳐서 ‘득도’의 경지에 이른 열정은 어디서나 통하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