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에 몸담아 정년에 이르기까지의 사진들이 파노라마가 되어 영상으로 스크린에 스쳐지나 간다.
젊은 시절엔 장발로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셨던 모습이 그 시대의 자화상이 되어 어색해 보인다. 월남파병까지 하신 군 생활의 사진이 나올 때는 풋풋한 젊은 모습이 지금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2008년 2월 27일 오후3시 충청북도제천교육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김영호 교육장님의 정년퇴임식이 시작되기 전 사모님의 인터뷰가 유난히 강한 인상을 주었다. 이기용 충청북도교육감, 성영용 교육위원회 의장, 도내지역교육장, 제천관내 초중고교장, 엄태영 제천시장, 윤종섭 제천시의회 의장, 제천지역단체장 등 많은 내빈이 소개되고 퇴임식이 시작되었다.
이원기 관리과장의 약력소개, 직원대표와 가족 등 많은 꽃다발증정이 있었고, 송공 패와, 기념품전달도 풍성하였다. 김영호 교육장이 교육자로서 얼마나 잘 살아오셨는지 알 수 있는 훈훈한 정이 오가는 보기좋은 모습이었다.
존경과 감사의 정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교육자의 길이 저렇게 보람 있게 마감하는 분은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퇴임하는 김 교육장님께 주어지는 꽃과 기념품이 부러운 것이 아니라 그 공을 기리고 사랑으로 맺어진 인간관계와 따듯한 정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교육청 직원을 대표하여 류병섭 교육과장이 읽은 송공사, 교육감, 의장, 시장의 축사, 의림여중 근무시 제자의 사은사에서는 가슴이 찡하는 대목이나와 식장이 숙연해 졌었다.
김교육장의 퇴임사로 이어지는 동안 그분이 걸어온 교육자의 외길이 돋보였고 후배교육자의 귀감이 되었으며 그 진솔함이 배어나왔다. 낮은 음악이 흐르면서 섹스폰의 석별의 정이 식장분위기를 감동으로 넘치게 하였다. 한송이 백합화를 부른 축가와 아드님의 가족대표 인사로 퇴임식은 끝이 났지만 식장을 가득 메운 축하객들의 얼굴엔 아쉬움이 역력해 보였다.
언젠가 교육장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교육장님처럼 훌륭한 교육자가 정년단축으로 교육계에 더 봉직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법적나이라는 잣대로 아직 열정이 남아있는 훌륭한 교육자를 백수로 내보내야만 하는 교육계의 현실이 안타깝다. 교육계에 들어와서 교육장으로 정년을 맞이하는 분들은 더 바랄 것이 없는 행복한 분들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몇년 후에 나에게도 닥아올 퇴임을 머리속에 상상해 보며 식장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