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김세령 서울 장충초 교사 ▲신상조 서울 고척고 교장 ▲서정화 홍익대 교수 ▲공은배 한국교육개발원 평생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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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5년간 국정을 책임질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다. 교원들이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 우리 교육을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지난 5년간의 교육정책을 되짚어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의정부 교육정책평가' 기획의 마지막 순서로 4명의 전문가를 통해 국민의 정부 평가와 함께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제언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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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 정부 교육정책 추진 전반에 대해 평가한다면 점수를 어느 정도 주시겠습니까.
◇김세령= 100점 만점에 60점 정도의 낙제점이라 생각합니다. 교육현장에 정보화기기를 적극 보급한 점, 학운위를 설치해 '교육공동체'라는 사고전환의 계기를 만들어 준 점은 훌륭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사교육 팽창을 방관해 공교육을 무력화시킨 점, 급격한 정년단축으로 교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교원부족 사태를 초래한 점, 급진적인 학급당 인원 감축으로 교원부족을 심화시킨 점, 7차 교육과정을 무리하게 강행해 교원과 학부모에게 과중한 부담을 준 점은 과실이라 하겠습니다. 특히 교육의 주체인 교원을 개혁의 대상으로 몰아간 결과, 초반의 심각한 후유증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클 것입니다.
◇신상조= 교육정보화, 교육환경 개선, 학급당 학생수 감축 등의 의미있는 실적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으로부터 낙제점의 평가를 받고 있는데 대해 국민의 정부는 억울하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교원의 사기가 저하되고 학생들의 면학분위기나 기초학력은 바닥을 치고 있으며 사교육비로 학부모의 허리가 휠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느 정부든 질 높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하겠지만 모든 정책이 의욕만 가지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의 합의를 도출하고 여건을 조성하는 등 단계적 추진전략을 강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개혁이란 이름 아래 추진된 초기의 밀어붙이기식 정책들은 교육현장의 냉소적 비판의식만 키워놓고 말았습니다.
◇서정화= 국민의 정부는 95년 5월 31일 발표된 교육개혁방안을 기조로 개혁을 추진했습니다. 그동안 교육여건 개선, 교육정보화를 비롯한 국가인적자원개발 기본계획 수립 등 기본적인 인프라가 구축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데 미흡했고 교육제도 운영의 획일성을 개선하는 노력도 취약했다고 봅니다. 특히 교원의 직무의욕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나 정책 추진의 일관성, 교육관련 이해집단간의 갈등조정 노력 등이 부족했다고 생각됩니다.
◇공은배= 국민의 정부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입각해 교육정책도 교육논리보다는 경제논리에 근간을 두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첫번째 작품이 고임의 고령교원을 퇴출시키고 다수의 신규교원을 충원하겠다는 소위 정년단축 발상이었습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5만여명의 교원이 교직을 떠났고 교원부족난의 여파가 아직도 상존하고 있습니다.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됐으나 부족한 교원과 시설여건을 고려할 때 난항이 예견될 수밖에 없었지요. 이 과정에서 교직종합발전방안, 7·20 교육여건 개선, 공교육내실화방안 등 굵직한 정책이 추진됐습니다. 단일 정책의 면모만 본다면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여지가 많으나 이들은 7차 교육과정 대비 차원에서 미리 추진됐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큽니다. 학교교육 이외에 평생교육의 진흥도 매우 중요한데 이 부문에 관한 정부의 투자의지를 볼 때 아직까지는 구호로만 끝나는 느낌입니다.
- 국민의 정부에서는 총 7명의 교육부장관이 교체됐고 특히 교육부와 학교 현장간의 갈등이 매우 심각했습니다. 차기 정부의 교육부장관으로는 어떤 인물이 임명돼야 한다고 보시는지, 또 잦은 장관 교체로 인한 정책 혼선을 막기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할지 말씀해주십시오.
◇김세령= 교육부 장관은 현장감각과 교육적 신념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정책 마인드와 행정감각도 있어야겠지요. 그런 면에서 교육 관련기관에서 다년간의 경험을 쌓은, 엄격한 검증을 거친 인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잦은 교육부장관 교체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우선 최소한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한다는 보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차후에는 충분한 합의과정을 거친 교육정책이라면 장관의 교체여부에 관계없이 추진될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신상조= 적어도 교육부 장관은 교육에 대한 기본철학이 정립돼 있고 교육발전을 위한 비전이 준비돼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교육문제를 놓고 고민해본 교육전문가로서 교육을 왜곡시키는 외풍을 차단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현정부의 정책혼선은 교육부의 조직과 기능에 연유하는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기획과 지원, 장학 및 평가 이외의 행정기능은 하급기관으로 대폭 이양해 교육행정의 분권화를 이뤄야 합니다. 정책의 안정성·일관성을 위해 교총이 제안하고 있는 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 운영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서정화= 장관의 잦은 교체는 정치·사회적 상황 변화와 교육계 내외 갈등의 산물로 보입니다. 그동안 전문적 식견이나 경험이 미흡한 분들이 교육수장의 위치에서 여러 정책을 집행함으로써 부작용도 없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정치·행정적 능력을 갖춘 교육전문가를 발탁해 교육정책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유지해 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최소한 2년 정도의 임기가 보장돼야 할 것으로 봅니다. 향후 교육부는 장학기능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효과적 평가제도 정착, 효율적인 교육개혁 추진체계의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공은배= 정부와 교원, 학생, 학부모 사이에 불신의 골이 상당히 깊다고 봅니다. 차기 정부의 교육부 수장은 무엇보다도 이를 해소해나갈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저변형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정책을 개발한다 해도 그 성과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문제의 해결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므로 교육부장관이 소신을 갖고 정책을 펼 수 있도록 수명이 어느 정도 보장돼야 한다고 봅니다.
- 차기정부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교육정책은 무엇이며, 특히 교원의 사기 진작, 전문성 제고 등을 위한 개혁과제는 무엇이겠습니까.
◇김세령= 차기 정부에서 추진해야할 가장 중요한 정책은 학교단위 및 교사의 자율성 확대입니다. 현재와 같이 자율성은 미미하고 책무성만 과다하게 늘어나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교원정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개혁과제는 교원을 사회적·정신적·물질적 차원에서 최고수준으로 대우해주고 전문직으로 우대함으로써 우수한 인재를 유인하는 것입니다. 교사가 경력에 따라 단계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전문적 평생교육 프로그램도 실시돼야 합니다.
◇신상조= 21세기 국가경쟁력은 교육으로부터 나옵니다. 현재의 획일적인 교육구조로는 사회와 학생의 다양한 요구에 대처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교육선택권 확대를 위한 교육체제의 다양화와 평준화제도 보완, 대입정책의 개선 등은 매우 시급한 과제입니다. 차기정부는 '학교살리기'를 해야 합니다. 활기찬 학교교육을 위해서는 교원의 사기가 충만하고 전문성이 신장돼야 함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고민하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단위학교 자율경영체제가 정착돼야 할 것입니다.
◇서정화= 차기 정부의 교육개혁 방향은 무엇보다 교육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가운데 교육의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는 동시에 교육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올릴 장치가 절실하다고 봅니다. 또한 교원의 자질 향상 및 전문적 교직풍토 조성에도 주력해야 합니다. 교원평가, 교원보수제도 개편, 유능한 경영자 확보 및 능력개발방안 마련 등이 필요할 것입니다. 정부와 교원단체간 신뢰를 증진시키는 노력과 함께 단체교섭창구 일원화를 위한 법제정비 노력도 절실하다고 봅니다.
◇공은배= 무엇보다도 신명나는 교직사회, 활력있는 학교를 가꿔가야 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교직사회가 침체돼 교원은 교원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활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생활한다면 우리 교육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원의 사기를 제고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합니다. 경제적 처우 개선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교원들이 존경받고 대접받는 풍토 조성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교육재정을 GDP 대비 6%로 올리겠다고 공약했습니다. 현실적으로 교육재정은 어느 정도가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또 어느 부분에 집중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김세령= 지식기반사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자원개발입니다. 약간의 무리가 따르더라도 교육재정은 6∼7%대가 적합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교육재정은 교육의 공공성과 기회균등의 차원에서 저소득층, 기초학력미달 학생들의 교육수준향상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쓰여야 합니다. 또한 초등 교담교사, 정보화 담당교사, 상담교사 등 전문분야 교사를 양성하고 평생교육을 통해 교사, 행정직원, 장학사 등 교육관련 인적자원의 전문성 신장을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신상조= GDP 6%로 교육재정을 확보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를 설정해놓고 단계적으로 교육재정을 늘려나간다면 부실한 교육이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육시설의 현대화, 교원 처우개선, 학급규모 감축, 과학기술교육 강화 등에 집중 투자, 학교를 살리고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나가야 합니다.
◇서정화= 정부에서 교육재정을 계속 늘려 왔지만 아직도 GNP 5%에 못미치고 있습니다. 차기정부가 약속한 교육재정이 지켜질 수 있기를 기대하며 국가재정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이를 확충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재정투자는 학교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데 집중돼야 하며 이를 위해 지속적인 여건개선, 교원의 전문성 향상, 대학의 경쟁력 강화 등에 주력해야 합니다.
◇공은배= 교육재정의 규모는 내년 예산기준으로 GDP 대비 5%에 근접(4.97%)하고 있습니다. 문민정부부터 내걸었던 GDP 5%의 교육재정 확보가 가까스로 달성되려는 셈이지요. 차기정부는 6%수준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이것은 얼마나 의지를 갖고 추진하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고 봅니다. 확충된 재원은 부족교원 확보, 학교·학급규모의 적정화, 교육복지의 구현 등에 우선 투자돼야할 것입니다.
- 차기 대통령에게 특별히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김세령= 일관성 있는 교육정책, 교원정책의 개선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특히 현재의 교원승진체계를 다원화하거나 관리직과 교수직을 분리함으로써 교수직 상위직급에서 선발된 교사들이 교대나 사대, 교육청 등에 소속돼 현장과 연계된 연수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교수진으로 활동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신상조= 교육정책이 교육에 혼란을 줘서는 안됩니다. 학생은 꿈을 키우고, 교사는 보람을 느끼고, 학부모는 믿음을 갖는 교육이 되도록 정책을 펴주십시오. 특히 교육의 실천주체인 교원을 교육의 중심에 놓아 교원의 자긍심을 고취하는데 노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서정화= 앞으로는 정권을 떠나 일관성 있는 교육개혁에 노력해야 합니다. 충분한 공감대 형성과 면밀한 연구를 토대로 정부는 물론 학부모, 산업체, 언론 등 국민적인 협력과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힘써야 한다고 봅니다.
◇공은배= 우리나라가 지식강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교육입국'을 다시 한번 강조해야 합니다. 이제는 진정한 교육대통령의 출현을 기대해 봅니다. 교육입국은 미래를 위한 현명한 디딤돌을 놓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투자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