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초등학교가 전통문화 정신 고취를 위해 100개가 넘는 장승을 제작, 지역 문화 지킴이로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장안초등학교(교장 진광식)는 지난 1년 동안 전교생과 학부모 및 교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120여 점의 장승을 제작했다. 학교특색사업인 '주제가 있는 다양한 체험 활동' 가운데 민속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사라져 가는 우리의 전통문화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선정한 것이 바로 '장승 만들기'.
1학기 동안 자료 수집을 하면서 제작준비를 하고 대한민국 지정문화재 조각기능 등록자인 해운 김대현 선생의 지도를 받은 이태현 교감이 교사연수를 통해 견본 작품 7개를 제작하는 한편 학생들을 지도했다. 2학기부터는 부산-울산간 고속국도 건설현장에서 나온 나무를 얻어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갔다.
유치원생과 1∼3학년은 30∼40㎝ 정도의 나무를 자르고 갈아서 고무찰흙으로 꾸미고 크레파스로 색칠하는 작업을 담당했다. 4∼6학년은 담임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 가면서 통나무에 밑그림을 그려 조각도로 파고 새겨서 만들었다. 학교장을 비롯한 전교직원이 1, 2개씩을 제작했으며, 뜻 있는 학부모들도 제작에 참여했다.
직접 장승 제작에 참여하며 학생들을 지도해 온 진광식 교장은 "학교가 위치한 장안사 일대는 옛날부터 장승이 많이 세워졌던 곳으로 지금까지 장승배기라는 지명이 많이 남아 있다"며 "학생들과 지역주민들에게 사라져 가는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심어주고 작품구상부터 완성까지의 전 과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미적 정서 함양과 성취감 실현의 계기를 마련해 주는 등 여러 가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장안초등교는 지난달 이렇게 만든 120여 점을 소개하는 '장안골 예쁜 장승 축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학교 내에 장승제작 체험장을 마련하여 방문객에게 장승 제작 참여 기회도 제공했고 관계 인사들의 참여 작품도 전시돼 축제를 빛냈다.
학교에서는 이 행사를 계기로 기장군과 협의, 내년에 제작하는 장승을 장안사 입구 도로변에 전시해 테마 거리를 조성하는 지역특색사업 추진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번 겨울 방학기간 중에는 전통공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장승제작 교실을 운영하고 동호회 활동도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