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경력이 30년이 넘으니 그 동안 받은 감사패, 공로패, 표창패, 기념패 등이 몇 개 된다. 이것 솔직히 말해 처치 곤란이다. 이사할 때는 짐이 되고, 보관하려니 자리만 차지하고 전시해 놓자니 먼지만 쌓인다. 그렇다고 버리자니 재료가 썩지 않는 재질이라 지구를 오염시키는 원인이 된다.
교육청에 근무할 때는 발령을 받아 떠나는 사람에게 재직 기념패를 해 주는 경우를 보았는데 정말 받는 사람이 고맙게 여길 지 의문이다. 재직의 추억을 기념패에 남기는 것도 좋지만 오히려 실생활에 유용한 생활용품을 주는 것이 더 실용적이지 않을까? 어떤 분은 재직 당시 받은 각종 공로패를 그냥 두고 가는 것도 보았다. 가져가야 짐만 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경험한 이후, 어느 단체에서 감사패를 준다고 하면 거기에 들어가는 제작 비용 대신 상품권을 주든가 아니면 감사장을 달라고 부탁한다. 주고 받는 '패'는 감사의 표시보다 주는 사람이나 그것을 받아 전시하여 놓는 사람이 과시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제작 비용도 만만치 않아 작게는 5만원에서 몇 십만원 짜리까지 있다. 재질도 플라스틱류, 목재, 쇠붙이 등으로 되어 있어 썩지 않고 일정 부피를 차지해 보관하기도 어렵다. 플라스틱류는 파손되면 다시 접착하여 원상태로 만들기도 어렵다.
은혜나 자선을 받았을 때 그에 따른 감사를 표시하는 것, 당연지사라고 본다. 그러나 그것이 자기 과시가 되면 아니 된다. 과시용이 될 때, 그 당시는 잠시 좋을 지는 몰라도 나중엔 처치 곤란의 감사패가 되는 것이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새겨져 있는 것이라 함부로 버릴 수도 없다.
얼마 전, 우리 학교 독지가 한 분이 도서실에 책 234권을 기증하였다. 학생들 앞에서 감사장을 드린다고 말씀드리니 사양하신다. 그 대신 학교 운영위원 몇 사람 모인 가운데서는 감사장을 받겠다고 말한다. 학교에 도서 기증하는 좋은 일이 전파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한다.
담당부장이 초안을 잡고 교장이 수정 보완하여 감사장 문구를 정성껏 만들었다. 이제 정식 학교운영위원회 때 전해드리면 된다. 정말 감사하는 마음으로 전해 드리려 한다. 도서실, 신간도서에 몰려드는 학생들의 손길이 끊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진정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