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새벽부터 비가 쏟아지고 있다. 우리의 슬픔과 비통의 눈물이 아닐 수 없다. 어제는 충격적인 날이었다. 아침 일찍 울산 강북교육청 관내 울산동중 이종복 교장선생님께서 새벽에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비보였다. 평소에 건강하셨고 시간만 나면 등산을 즐기시는 교장선생님이셨다. 그런데... 그 여파 때문인지 지난밤에 잠을 설쳤다. 비몽사몽간에 자꾸만 머릿속에 교장선생님이 떠올랐다.
교장선생님과는 함께 근무한 적도 없고 사적에 자리를 한 적도 없다. 작년에 관내 같은 교장으로 모임이 있을 때마다 교장선생님을 뵌 것이 전부였다. 그렇지만 교장선생님이 자꾸 머릿속에 머물고 있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교육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
지난주 금요일 울산 전 중학생을 대상으로 학력평가를 실시했는데 학교에서 학력평가를 공정하게 잘 실시하고 있는지를 보기 위해 그 학교를 방문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 날 그 학교에 방문하여 교장선생님과 짧은 시간이지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교장선생님이 어떤 분이신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저보다 훨씬 연세가 많으신데도 저를 정중하게 맞이하셨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학교교육과정과 학교요람을 주시면서 학교현황을 일일이 설명하셨다. 그리고는 우리 교육청의 교육정책인 학력향상과 인성교육을 학교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묻지도 않았는데 상세하게 설명을 하셨다.
교장선생님 나름대로 학력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계심을 엿볼 수 있었다. 학생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함은 물론 성적이 향상되는 학생들에게 시상하는 제도도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더 많은 학생들에게 시상의 기회를 주려고 하고 있다는 말씀도 곁들여 하셨다. 교감선생님들과 여러 부장선생님들도 자기의 뜻을 잘 헤아려 협조를 잘하신다고도 하셨다.
여러 말씀이 있으신 후 작년에 교실, 골마루 바닥을 교체했는데 그 상태가 어떤지 일일이 저를 데리고 다니면서 보여주셨다. 계단의 흠이 난 부분은 다시 손질할 것이라고도 하셨다. 학교 뒤편 길 건너 지난 3월에 개교한 울산혜인학교(특수학교)를 가리키며 이 학교와 대비가 되어 예산이 허락하는 대로 학교의 도색도 해야겠다는 말씀도 하셨다. 학교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듬뿍 들어있음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학생들의 학습의욕을 높여 주고 기본학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애쓰시는 교장선생님! 학교가 노후되어 이웃 신설학교 못지않게 잘 정비된 학교로 단장하시려는 교장선생님! 교실 바닥이 예쁘게 단장되어 학생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조성했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일일이 다니면서 소개하시던 교장선생님!
무엇보다 선생님들의 인화단결에 애쓰시던 교장선생님! 조금도 교만하지 않으시고 겸손하게 예우하시던 인자하고 온후하신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에게 미루지 않고 자기가 직접 학교현황을 설명하시던 교장선생님! 비록 짧은 만남의 시간이었지만 교장선생님이 어떠한 분이신지 알 수 있게 해 주셨다. 교장은 이러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신 실천의 교장선생님! 삶이 끝날 때까지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 선생님들을 사랑하는 마음,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한순간에 묻어나는 사랑의 교장선생님! 학생들의 학력을 향상시키고 반듯한 학생으로 자라나게 하시려는 열정적인 교장선생님! 떠날 때 현관까지 나와서 인사하시는 예의 가득한 교장선생님!
이런 교장선생님이시기에 너무 아쉽고 가슴이 답답해온다. 교장선생님 곁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깨우침을 받았어야 되는데...비록 교장선생님은 먼저 이곳을 떠나셨지만 교장선생님의 따뜻한 인간미와 열정적인 교육애는 울산 전지역, 아니 방방곡곡에 살아 숨쉴 것이다. 교장선생님이시여!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