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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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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새는 찾아가라고 가르친다

오늘 이른 아침에 우리 아파트에 새가 찾아왔다. 내가 찾아간 것이 아니다. 우리의 안방까지 찾아왔다. 우리의 서재에도 찾아왔다. 우리 애들의 방에도 찾아왔다. 새는 산에 있어도 소리로 찾아왔다. 몸은 멀리 있어도 마음은 우리 곁에 찾아왔다.

큰 소리로 찾아왔다. 작은 소리로 찾아왔다. 미세한 소리로 찾아왔다. 아름답게 들려왔다. 리듬을 맞춰가며 찾아왔다. 반복하며 들려왔다. 자기들끼리 화답하며 찾아왔다. 아름다운 멜로디가 따로 없었다.

오늘 찾아온 새들은 리듬이 있었다. 박자가 있었다. 쉼표가 있었다. 화음이 있었다. 돌림노래였다. 소프라노, 엘토, 테너, 베이스가 적절한 시점에 섞여서 들려왔다. 알맞게 찾아왔다. 너무 이르지도 않았다. 너무 늦지도 않았다. 알람이 필요 없다.

오늘도 들려주는 음악소리는 바로 이 소리였다. 힘을 내라는 소리, 좌절하지 말라는 소리, 행복해 하라는 소리였다. 찾아가라는 소리였다. 그것도 매일, 그것도 성실하게. 그것도 일찍부터, 요청이 없어도, 끊임없이, 변함없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누가 도와주지 않아도, 푸대접을 해도, 인정해 주지 않아도 찾아가라는 소리였다.

어제 우리 과에 함께 근무하고 계시는 두 상담선생님이 내 방에 오셨다. 방학 동안에도 많은 학교에서 상담을 요청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이 말씀을 듣고 한편으로 상담선생님의 귀한 존재를 인정해 주는 것 같아 좋았고 찾아가는 상담선생님으로 말미암아 미소가 없는 학생에게 미소를 주고, 불행의 그늘로 얼룩진 학생에게 행복의 햇살로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흐뭇하기도 하였다.

상담선생님이 문제가 있는 학교에 찾아가서 그 학생에게 아름다운 음악소리, 화음이 잘 되는 소리를 반복해서, 때로는 쉬어가면서, 때로는 화답을 하면서, 때로는 큰 소리로, 때로는 작은 소리로, 때로는 미세한 소리로 다가가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흔들리고 있는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멜로디, 청아한 목소리를 들려주어 애들을 시원하게 해주는 것 같아 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오죽 힘들고 답답하면 방학 중에도 문제 학생들의 상담을 요청하겠는가? 학교에 선생님들께서 상담을 하고 또 하고 또 해도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니 마음이 아파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긴급 상담요청을 했을 것 아닌가? 이럴 땐 만사를 제쳐놓고 상담선생님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게 청에 근무하는 상담선생님의 의무다.

그런데 만에 하나 찾아가는 상담선생님이 있다고 하여 학교에 계시는 선생님께서 해야 할, 학교에서 해야 할 문제 학생에 대한 상담을 소홀히 하는 일은 없어야 될 것 같고 상담선생님에게 너무 과도한 짐을 지우는 일은 없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가지게 된다.

우리 교육청은 방학이라도 찾아가는 상담으로 선생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아침마다 찾아오는 새처럼 말이다. 찾아오는 새를 보면서 더욱 찾아가고자 한다. 더욱 기쁨을 주고자 한다. 행복을 주고자 한다. 힘을 주고자 한다. 용기를 주고자 한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반듯한 학생이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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