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이다. 들려오는 새소리도 가을의 노래다. 가을의 문턱에 어울리는 까막까치의 소리다. 가을의 기운으로 인해 푸른 들은 황금빛을 슬며시 머금는다. 하늘은 구름반, 푸름반으로 나뉘어 있지만 마음은 하나인 듯하다.
지금은 인사철이다. 평생을 교직에 몸담고 계시다 교단을 떠나는 선생님도 계시고 자리를 옮기는 선생님도 계신다. 우리 강북교육청 관내에서도 8월 31일자로 정년퇴임을 하시는 교장선생님이 한 분 계신다. 남외중학교 이찬규 교장선생님이시다.
엊그제 퇴직을 하시는 교장선생님과 강남교육청 관내 중학교로 이동하시는 교장선생님과 함께 점심을 하게 되었다. 점심식사를 하러 가는 중에 차 안에서 퇴직하시는 교장선생님께 마지막 퇴임을 하시면서 저에게 하고 싶은 말씀, 도움의 말씀을 해주십사 하고 부탁을 드렸더니 한 마디로 ‘재승박덕(才勝薄德)’이라고 하셨다.
‘재주가 있어 승리를 하고 성공을 해도, 재주가 있어 빨리 승진을 해서 교감이 되고 교장이 되고 장학사가 되고 장학관이 되어도 박덕(薄德)이라 덕이 엷으면 덕이 없으면 비참하게 된다. 험한 꼴을 보게 된다. 어려운 일을 당하게 된다. 외롭게 된다.’고 하시면서 여러 교장선생님들을 예로 들면서 ‘재승박덕(才勝薄德)’이라 ‘재승박덕(才勝薄德)’이라는 말씀을 여러 번 반복을 하셨다.
평생 교직에 계시면서 체험하고 체득했던 말씀인 것 같았다. 한편으로 재주도 없고 덕이 없는 저에게 충고하는 말씀으로 들렸다. 앞으로는 부지런히 덕을 쌓아야 함을 가르쳐 주는 말씀인 것 같았다. 계속 덕을 쌓으라는 충고의 말씀, 경고의 말씀으로 들려왔다. 점심식사를 하면서도 ‘재승박덕(才勝薄德)’이라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다.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릴 말씀은 아니었다. 나의 마지막이 비참하지 않기 위해 험한 꼴을 당하지 않기 위해 어려운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 외롭지 않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덕을 쌓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재승박덕(才勝薄德)이라는 평을 받지 않도록 지금부터 다듬어야겠다. 덕을 쌓아야겠다. 잘난 체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말도 조심하고 행동도 조심하고 일도 조심스럽게 해야겠다. 건방진 행동, 교만한 행동, 오만한 행동, 거슬리는 행동도 삼가야겠다.
덕이 부족한 사람은, 아니 덕이 없는 사람은 제멋대로 말하고 제멋대로 행동하고 배려함도 없고 자리에 맞는 덕망도 갖추지 못하고 경솔하고 무례하고 수치스런 행동을 하고 도덕적으로 무책임한 행동을 하고 자기의 주장만 내세우고 하고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믿음직스럽지 못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 아닌가?
퇴직하시는 이 교장선생님께서 해주신 ‘재승박덕(才勝薄德)’이라는 말씀을 나의 좌우명으로 삼고 싶다. 남은 교직의 생활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덕에 덕을 쌓을 수 있도록 노력에 노력을 더하고 싶다. 재승박덕(才勝薄德)이 아니라 무재승박덕(無才勝薄德), 아니 무재승무덕(無才勝無德)이라고 해야 어울리는 말인데 이제 그런 말이 어울리지 않도록 해야겠다.
비록 퇴직을 하면서 교단을 떠나시더라도 마음만은 울산교육과 함께 하기를 바라고 싶다. 그리고 교장선생님만이 가지고 계시는 건강의 비결을 후배들에게 가르쳐 주어 건강한 교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 더욱 건강하시고 나날이 행복한 생활이 이어지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