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에서 오랜 기간 몸담았던 정든 교단을 떠나는 동료나 선배교사들, 혹은 교장 선생님들의 소식을 많이 접하게 된다. 정년퇴임, 혹은 명예퇴임이란 이름 아래 오직 교육이란 외길로 달려오면서 쏟았던 열정을 고스란히 내려놓는 일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라 짐작 된다.
28년 경력에 열 네 분의 교장선생님을 만났다. 교장선생님들의 면면을 떠올려보면 리더십의 총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교장선생님이라고 하여 완전한 리더십의 모습을 본 예는 많지 않다. 때에 따라서는 어느 한 부분이 부족하거나 또 어느 부분만 특히 출중한 예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리더십의 각 분야를 골고루 갖춘 한 여 교장선생님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교장선생님은 구옥자 교장선생님으로 의정부 경의초등학교가 교장임기 마지막이셨고 의정부 배영초등학교에 원로교사로 1년간 재직하였으며 며칠 전 퇴임을 하셨다.
교장선생님을 가까이서 뵈었던 많은 교사들이 교장선생님의 퇴임을 아쉬워하고 존경해 마지 않는 것은,
첫째, 아름다운 가정의 모범을 보이셨다.
교장선생님은 어머니를 오랜 기간 모시고 살면서 딸로서 돌아가실 때까지 효도를 실천하시고 남편께서 몸이 아프셨을 때 온 정성을 다하여 보살펴 회복케 하셨을 뿐 아니라 바쁜 가운데도 아내 된 도리를 다하시면서 특별히 자녀들을 모두 훌륭하게 키우셨다. 지난 스승의 날에 교육가족상을 수상하시어 신문에 소개되기도 하였는데 현재 첫째 아들이 서울에서, 셋째 아들 부부는 경기도에서 초등교사로, 둘째 아들 내외는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둘째, 어린이들의 재능을 살리기 위하여 부단히 애를 쓰셨다.
예능발표대회가 있는 날이면 비록 한 명의 어린이가 출전하였더라도 끝까지 대회장에 남아서 그 어린이를 격려하셨다. 특히 의정부 경의초등학교 재직시절 빙상부 어린이 육성에 힘쓴 결과 최근 전국 청소년 꿈나무 선발대회에서 경의초등학교 출신의 빙상선수가 다수 포함되어 교장선생님께서 무척 기뻐하셨다. 또한 양주군 남면 초등학교와 송추초등학교에 재직하시면서 인근 부대에서 군인들이 만들어 놓은 빙판에 스케이트를 신어 본 적도 없는 어린이들을 연습시켜 교육청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하였다.
의정부, 양주지역에 근무하는 교사라면 교장선생님 하면 아마 모형항공기를 떠올릴 것이다. 부군 되시는 유경열님과 특별한 노하우로 어린이들을 지도하여 모형항공기 전국대회에서 2년 연속 대상을 차지하여 과학기술처장관상을 2년 연속 수상하기도 하셨다. 또한 지금은 폐교된 파주의 소규모 학교인 영장초등학교 재직시절 4-6학년 34명 여학생 전원을 합창 지도하여 대회에 출전시켜 수상할 정도로 교장선생님의 열정은 남달랐다.
셋째, 뚜렷한 추진력과 방향 제시로 비전을 사실로 승화시켰다.
녹양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시 학부모들은 교장선생님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당시 경기도청과 경기도 교육청 협력 사업으로 경기북부 지역 도서관을 녹양초등학교 운동장에 짓기로 유치하였으나 학교 운동장이 타 학교에 비하여 넓은 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학부모들과 동네주민들이 운동장이 좁아진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였다. 이 때 교장선생님은 계속해서 회의를 열고 학부모와 주민 한 명 한 명을 붙잡고 설득하여 30억을 들여 멋있는 도서관 건립을 추진하였다. 지금은 도서관이 동네의 명물로 어린이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찾고 있으며 교장선생님의 공적으로 길이남아 있다.
넷째, 온정적 리더십의 소유자였다.
평교사라면 교장실에 불쑥 들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교장선생님은 언제 어느 때 교장실에 들어가도 따뜻하게 웃음으로 맞아주시고 교사들을 편하게 대해 주시며 정성껏 대화에 응해 주셨다. 교장선생님 앞에 그 어떤 고민도 털어놓을 수 있는 분위기를 스스로 조성해 주시는 것이다. 때로는 텃밭에서 가꾸신 상추며 고추를 가지고 오셔서 냉장고에 넣어두셨다가 직원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시고 햅쌀로 떡을 해서 돌리기도 하셨던 기억이 난다.
다섯째, 열정에 성실성이 더해져 모든 교사들의 귀감이 되었다.
교장선생님은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분이셨다. 송추초등학교 교감시절 국악을 좋아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사물놀이 악기를 연습하여 여러 차례 발표회를 갖기도 하셨고, 경의초등학교 교장시절에는 초․중․고 교사들로 구성된 합창단에 참여하여 늦은 시간까지 합창연습에 임하시는 열정을 보이셨다. 합창발표회가 있던 날 교장선생님께서 젊은 교사들 사이에서 대곡을 조금도 손색없이 소화해 내시는 것을 보고 함께 발표회에 참석하였던 교사들은 교장선생님의 음악에 대한 열정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교직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가치와 신념이 뚜렷한 확고한 교육관에 인간미까지 고루 갖춘 교장선생님은 진정한 교육 魂을 지닌 분이기에 비록 교단을 떠나시더라도 또 교육을 위한 그 어떤 일을 준비하고 계실 것이다. 부디 건강한 몸으로 행복한 나날을 엮어가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