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에서 학생의 과목 선택과 학업 설계를 제대로 지원하려면 특정 담당교사에게 역할을 집중하기보다 모든 교사가 진로·학업 설계 지도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맞춤형 연수와 교사학습공동체, 전문가 인력풀 등 학교·교육청·국가 차원의 지원체계를 함께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1일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한 진로·학업 설계 지도 역량 함양 방안 연구’ 결과를 담은 연구리포트 제8호를 발표했다. 김혜숙 평가원 고교학점제지원센터장이 연구책임을 맡고 김민하·전호재·정찬미 평가원 연구진과 임유나 대구교대 교수가 공동연구자로 참여했다.
연구진은 고교학점제가 단순한 과목 선택·이수 체계를 넘어 교수·학습과 평가, 생활지도, 상담 등 학교 전반의 변화를 요구한다고 봤다.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학업계획을 세워야 하는 만큼 진로·학업 설계 지도도 진로전담교사나 교육과정 담당교사만의 업무가 아니라 담임·교과교사와 관리자 등 학교 구성원이 함께 수행해야 할 책무라고 설명했다.
교사의 진로·학업 설계 지도 역량은 '학생이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탐색해 진로를 설계하고 자기주도적으로 학업 계획을 수립·실천하도록 지도·지원하는 역량'으로 정의했다. 설문조사와 전문가협의회, 초점집단면담(FGI) 등을 거쳐 ▲진로 설계 지도 ▲학업 설계 지도 ▲미래 사회 변화 이해 및 대응 ▲데이터 분석 및 활용 ▲관계 형성 및 의사소통 등 5개 하위 역량을 도출했다.
진로 설계 지도에는 학생의 자기 이해와 직업 세계 탐색, 진로 의사결정 지원이, 학업 설계 지도에는 교육과정과 과목 이해를 토대로 한 과목 선택과 학업 경로 설계·관리가 포함된다. 미래 사회 변화 이해와 학생 성적·과목 선택 이력 등의 데이터 활용, 학생·학부모와의 관계 형성 및 의사소통 역량도 함께 요구됐다.
연구진은 이를 일회성 연수로 길러서는 안 된다고 보고 '인식과 성찰→학습과 실천→확장과 공유→의미의 재구성'으로 이어지는 순환형 역량 함양 모델을 제시했다. 교사가 자신의 역량을 점검하고 실제 지도에 적용한 뒤 동료와 공유하고 다시 성찰하는 구조다. 학교는 교사학습공동체 등 협력적 문화를 활성화하고 국가와 시·도교육청은 표준 연수와 행·재정적 지원체계를 마련하도록 했다.
현장 적용을 위해 18개 실천과제를 담은 30차시 표준형 연수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학생 데이터를 활용한 자기 이해와 진로 의사결정 지원, 진로·진학 정보 제공, 학생·학부모·교사 협력을 통한 과목 선택·이수 설계, 자기주도적 학업 관리 지도 등이 포함됐다. 학교와 지역 여건에 따라 필요한 내용을 선택할 수 있는 모듈형으로 구성하고 워크북과 활동지, 성찰 기록지도 마련했다.
제도적 지원책으로는 ▲교원 연수 개선 ▲전문가 양성 및 인력풀 구축 ▲고교학점제와 진로교육 연계 통합 지원체계 구축 ▲중장기 정책 로드맵 마련 등 4개 과제를 제안했다. 교사 수준에 따른 단계별·맞춤형 연수와 학교·시도 단위 교사학습공동체, 국가 수준 전문가 인력풀 구축이 주요 내용이다.

아울러 학교가 여러 정책과 자료를 개별적으로 찾아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통합 정책 협의체와 매뉴얼, 안내 페이지를 구축하고 중장기 추진계획과 후속 연구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혜숙 고교학점제지원센터장은 "이번 연구는 고교학점제에서 요구되는 교사의 진로·학업 설계 지도 역량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학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역량 함양 모델과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교사의 전문성 향상과 학생 맞춤형 진로·학업 설계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제도적 기반이 지속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