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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년 차 초등교사입니다. 올해 3학년 담임을 하며 역대급 아이를 만났습니다. 맘에 안 들면 친구 또는 교사인 저에게도 욕설을 반복하고, 친구들에게 “뒤질래?”라며 위협을 합니다. 국어 시간에는 친구들 들으라는 듯 “반말로 적어도 돼요?”라고 하고, 놀다가도 갑자기 찾아와 일방적으로 맞았다고 합니다. 이때 편들어 주지 않으면 “차별한다”라고 소리치고 다닙니다. 평가지를 나눠줄 때도 본인이 틀린 문제가 보이면 찢어버리며 욕하고 소리칩니다. 학기 초 이 일을 부모님께 알렸는데 현직 교사인 어머니와 할머니가 아이 말만 믿고 학교로 찾아와 저를 문제 삼았고, 그 일로 네 번이나 사과를 해야 했습니다. 욕하는 걸 말씀드리니 “한국어가 서툴러서 그렇다”, “영재성이 뛰어난데 영어가 편해서 그렇다”라고 합니다. 외국에서 살다 온 아이도 아닌데 말입니다. 심지어 제 개인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합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욕설을 지적한 뒤 집에 가서는 제가 자기를 ‘정신병자’라고 했다고 전한 일입니다. 저는 욕이 극도로 싫고 살면서 그런 표현을 써본 적도 없는 사람인데, 그 말을 듣고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그날 밤 꿈에 제가 ‘정신병자’라고 말하는 꿈을 꾸고 한밤중에 깨어 꿈에서라도 제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것에 ‘왜 그랬을까’ 후회했습니다. 말꼬리 잡는 건 기본이고 교묘하게 상황을 몰아가며, 촉법이라는 단어도 알고 있어 “너는 욕해도 되고, 선생님이 똑같이 욕하면 안 되냐”라고 물으면 그건 안 된다고 합니다. 어제도 아이가 잘못을 해 지도를 하는데 목소리가 떨려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2학기는 휴직할까 생각도 했습니다. 그 아이를 보는 게 두렵고, 단둘이 얘기하면 또 다른 거짓말로 선동할까 봐 정말 무섭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사연자: 정미나(가명) 교사) |
상담 순서대로 답변을 드리다 보니 사연을 보내주셨을 때로부터 방학이 끝나 2학기가 되었습니다. 답변을 작성하며 방학 동안 마음이 조금은 회복이 되셨을지, 개학하고 만난 학생은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그 학생을 마주하는 선생님은 또 어떤 마음이실지 많은 것이 궁금합니다. 우선 선생님의 긴장이 조금이나마 나아지셨기를 바랍니다.

“아이를 보는 것이 두렵다”, “지도할 때 목소리가 떨리고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차라리 휴직을 할까 생각했다”는 말씀은 선생님의 스트레스 상태가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아이의 반복적인 욕설과 위협적인 표현, 수업 중 교사의 지시를 무시하고 본인이 원하는 행동만 하는 모습, 활동지나 평가지를 주었을 때 좌절하게 되면 평가지를 찢거나 욕설을 내뱉는 행동, 또래관계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갈등, 교사의 지도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만 해도 충분히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아이와 부모에 휘둘리지 않기
여기에 아이의 이야기만을 전적으로 믿고 교사를 계속해서 비난하고 문제 삼는 어머니와 할머니,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이 1학기 내내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극도의 긴장감과 두려움, 스트레스를 경험하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명확히 해야 할 것은 이 상황이 단순히 선생님께서 예민해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이의 행동에는 분명 지도해야 할 부분이 있고, 학부모와의 소통 역시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계속 이루어져서는 안됩니다.
선생님의 사연에서 인상 깊은 문장이 있었습니다. “욕이 극도로 싫고 살면서 그런 표현을 써본 적도 없다”라고 하셨습니다. 학생이 교실에서 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은 사회적으로 적절한 행동과 언행을 배워야 합니다. 다만, 선생님께서 욕이 극도로 싫을 뿐 아니라 살면서 그런 표현을 써본 적도 없다고 말씀하신 부분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아이의 욕설이 단순하게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하는 아이’로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욕설 자체가 선생님께 상당히 큰 심리적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특히 아이가 집에 가서 “선생님이 나를 정신병자라고 했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의 선생님 반응은 상당히 큰 충격을 받으신 것으로 보입니다. 그날 밤 꿈에서 아이에게 ‘정신병자’라고 말했고, 잠에서 깨어난 뒤에도 “왜 내가 그런 말을 했을까” 하고 후회하셨다는 부분은 조금 다르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꿈에서까지 재연되었다는 것은 평소 스스로의 말과 행동에 상당히 높은 기준을 가지고 계신 분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선생님께서 높은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계신 것이 잘못된 일은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그 기준이 너무 엄격해지면 아이의 문제행동을 바라볼 때 오히려 자신이 지나치게 소모되고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으실 수 있습니다. 아이가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는 일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교실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는 있는 일입니다. 또한 기질이나 성장환경, 양육방식 등 다양한 이유로 좌절을 표현하는 방식도 다를 수 있죠. 이때 선생님께서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을 학생 행동 판단에 사용하는 것과 학생의 행동이 ‘나를 침범했다’로 받아들이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내 기준에 아이 맞춰선 안 돼
아이가 욕설을 한 것은 고쳐야 하는 행동이 맞고, 무례한 행동을 보이는 것 역시 교육을 통해 바꿔야 하는 부분이 맞습니다. 교실에서 또는 집에서 선생님이나 친구들에 대해 사실과 다른 표현을 한다면 이 역시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는 일이 맞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표현이 선생님 한 개인에 대한 평가가 절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아이의 모습을 보면 좌절 상황을 견디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지만 아이는 이때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친구나 선생님에게 말이죠. ‘선생님이 나를 미워해’, ‘나를 정신병자라고 했어’와 같이 생각하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말을 하지 않은 선생님 입장에서는 너무도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합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자신의 불편함을 견디지 못해 외부를 향해 마구잡이로 던져버린 화살을 선생님께서는 개인적인 평가로 받아들이셨다는 점입니다. 아이의 행동 및 발언과 선생님의 마음을 조금 분리해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해 보입니다. 아이가 나에게 한 “말”이 나 자신은 아니니까요.
아이가 좌절 상황에서 욕을 하거나 선생님을 비난하면 ‘나는 이런 말을 들을 사람이 아닌데’, 혹은 ‘학생이 어떻게 나한테 이런 말을 할 수가 있어!’가 아닌 ‘이 아이는 지금 문제가 잘 안 풀리니까 욕으로 기분을 표현하고 있구나. 이건 지도를 해야 하는 행동이야’라고 선생님 자신과 상황을 분리하는 연습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교실 안에서 욕설은 사용할 수 없다’, ‘친구에게 위협적인 말을 해서는 안 된다’. ‘평가지를 찢는 행동은 허용하지 않겠다’ 등의 기준은 일관되게 적용하시는 것이 옳습니다. 다만 그 기준을 지키게 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선생님의 정당성을 증명하려 애쓰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선생님이 나를 차별해!”라고 한다면 “선생님이 차별한다고 느꼈구나.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선생님께 설명해 주겠니?”와 같이 풀어가시면 됩니다.
동료나 관리자와 연대하기
또한 지금처럼 아이와 단둘이 대화하는 것 자체가 두려우신 상황에서의 중요한 면담은 가능하면 다른 교직원과 함께하고, 사건이 발생했을 때의 날짜와 상황, 실제로 확인한 행동과 학생의 진술을 구분하여 기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님께서 사적인 연락보다 학교가 정한 공식적인 방식으로 연락하도록 안내하시는 것도 필요합니다. 학부모님께도 매번 먼저 사과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선생님께서 정말로 잘못한 일이 확인되었다면 그때 사과를 하면 됩니다. 그러나 아이의 주장과 교사의 기억이 다르다면 우선 “확인해 본 후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하셔도 됩니다.
선생님께서 조금이라도 덜 흔들리기 위해서는 ‘이 아이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내 입장을 어떻게 설명할까?’ 보다 ‘나는 아이의 행동에 대해 어떤 기준으로 대응할 것인가?’라는 선생님의 기준을 정해두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합니다. 지도하는 것과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 역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1학기에 혼자 버티셨던 것처럼 2학기도 그렇게 보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관리자에게 지금까지의 상황뿐 아니라 힘든 부분을 알리시고, 학생 지도와 학부모 소통을 학교가 함께 담당할 수 있도록 하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용기 내 사연을 보내주신 것처럼 심리적으로 부담이 지속된다면 교원 상담이나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보실 것을 진심으로 권유 드립니다. 20년간 교사 생활을 열심히 해오신 만큼 마음을 잘 돌보셔서 남은 기간들도 아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