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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금메달 땄는데 군대는 왜 안가요?"

2008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교정에 모여 있던 몇 명의 남학생들이 내게 다가와 물었다. “선생님, 올림픽에서 금메달 땄는데 군대는 왜 안가요, 그럼 여자 메달리스트는 무엇을 면제해주나요?” 금메달과 군대가 무슨 관련이 있느냐는 말투다. 장차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군복무를 해야 할 학생들의 갑작스런 질문에 마땅히 할 말이 없었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야구선수 14명을 비롯한 모두 24명의 병역 미필 남자 선수들이 수억 원대의 각종 포상금과 평생 일정액의 연금이 주어지는 혜택 이외에 군복무를 면제받게 됐다. 올림픽 동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 월드컵 16강, 세계야구선수권대회(WBC) 4강, 바둑국제대회 준우승 이상의 성적을 거둔 이들에게 병역면제 혜택을 주도록 되어 있는 병역법 시행령 제49조에 의해서 푸짐한 선물을 보너스로 더 받게 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군면제를 호소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한 S대 휴학생의 ‘병역면제 발언’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연일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미션스쿨에서 '학내종교 자유'를 외치며 법정투쟁을 벌여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바로 그 학생이다. 그는 “태환아, 너도 군대 가!”라는 글에서 최근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병역면제 받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노력해서 딴 메달이 병역면제라는 이름으로 선수들의 공적에 따른 하사품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마치 중세 로마시대 상대를 죽이면 자유민으로 해방되는 노예 검투사처럼, 올림픽 선수와 일반인의 군면제 차별은 헌법 제11조 ‘법 앞의 평등’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구촌 축제인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에서 국민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선사하며, 국위선양을 한 메달리스트들에게 국가가 특별한 보상을 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일부에서는 메달리스트들에게 주어지는 병역면제는 마치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생활보호대상자 등 특정 조건의 국민에 대해서 세금을 면제시켜주는 혜택과 비슷한 제도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올림픽에서 국위선양을 한 메달리스트들이 병역 의무를 면제받는 일이 새삼스러울 수 없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차제에 ‘국위선양’의 대가로 병역면제를 국가 하사품으로 이용하는 제도는 신중히 재고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런 혜택은 사회적인 형평성 및 종목별 형평성에도 어긋나며 관련법 중 국위선양을 하였을 경우 특례를 준다는 조항의 ‘국위선양’이라는 단어 자체의 해석이 매우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더더욱 많은 메달리스트 중 일부 ‘병역미필 남자’에게만 주어지는 병역면제는 불공평한 특혜이자, 여성 메달리스트와의 비교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지나친 시혜이며 엄연한 성차별이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대부분의 남자는 군 복무를 ‘개인적인 영예’까지는 몰라도 국민으로서의 신성한 ‘의무’로 인정하며 국가의 부름에 기꺼이 ‘사나이 가는 길’을 택하고 있다. 최근 현 병무청장이 국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올림픽 등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의 병역면제 혜택을 폐지하는 것이 옳다고 보며 병역혜택을 받았더라도 병역을 이행해주기를 바란다”며 병역 면제의 부당성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그렇다. 국가가 올림픽 남자 메달리스트에게 하사품으로 병역을 면제해준다는 것은 거꾸로 군대가는 일이 남성들의 삶에 가장 커다란 짐이 됨을 국가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국위선양’을 명분으로 보통의 장정보다 체력이 월등하고 전투력이 센 태권도, 유도나 사격 등의 메달리스트에게 군대를 가지 말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군대는 체력, 지구력, 용기 등이 가장 필요한 집단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청년이 가장 꽃다운 시절, 젊음을 조국에 바칠 각오를 할 것이며 ‘체력이 국력’이라고 외치면서, '사나이 가는 길'을 자랑스러워 하며 고된 군생활을 감수하려고 하겠는가. 더 이상 국가가 나서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젊은이를 욕되게 하는 일은 그만두었으면 한다. 학생들의 말대로 ‘올림픽 금메달과 병역면제’가 무슨 관련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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