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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장실 책장을 보면서


2008년 9월, 이제 교장 2년차에 접어든다. 어떻게 1년이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세월은 참 빠르다. 1년간의 교육성과가 무엇인지 돌아볼 겨를도 없었다. 학교장이라는 책임감이 어깨를 누르지만 그저 교육사랑의 정신으로 교단 30여년의 교육 노하우를 학교경영에 접목시켜 좋은 열매를 맺고자 할 따름이다.

어찌보면 구태의연함 벗어나기였다. 과거 답습 지양, 관행 깨뜨리기에다가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에게 6가지 '적(的)'을 강조하여 어느 정도 공감대를 얻었다.  '6적(的)'이라는 학교장의 생활철학을 교직원이 공유하여 함께 실천하자는 것이다. 이른바 긍정적, 능동적, 자율적, 적극적, 창의적, 교육적 업무수행을 말한다,

며칠 전 교장실에 책장 하나가 들어왔다. 그 동안 간직했던 책과 새로 들어온 책이 책장 하나를 넘친 것이다. 책상이나 책꽂이 위에 책을 겹쳐 놓으니 미관상 좋지 않고 쌓여진 책은 시선을 끌지 못하여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책은 책꽂이에 제대로 꽂혀있어 주인의 선택을 받을 때 생명력이 살아나는 것이다.

그렇다고 나의 독서량이 많은 편은 아니다. 기껏해야 신문에서 추천하는 도서를 보고 구미가 당기면 구입하여 읽는 정도다. 오늘 신문을 보니 희망적인 소식이 보인다. TV 끄고 책, 신문 읽으면 앞쪽뇌가 발달하여 정보종합능력이 앞선다는 내용이다. 즉 '앞쪽형 인간'이 성공한다는 것이다.

앞쪽형 인간이 되기 위한 10가지 지침이 나왔는데 8-9개가 맞아 떨어진다. 예컨대 읽기보다는 써라, 평소 적절한 단어와 표현을 찾는 노력을 하라, 글쓰기나 그림그리기 조립하기 등 창작활동을 하라, 논리적인 사고를 하라, 예측하고 계획하는 습관을 들여라 등이다.

필자는 교육리포터로 활동하고 '연(鳶)은 날고 싶다' '교육사랑은 변치 않는다'의 칼럼집 두 권을 내어 다른 사람들보다는 글쓰기를 생활화하고 있는 편이다. 선배, 동료나 국어과 후배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글쓰기에 자신이 없다고 실토한다. 글쓰는 사람이 부럽다고 까지 한다.

학교를 방문하면 으례 교장실을 들른다. 교장실 풍경이 학교마다 다르다. 책장에 수백 권의 책이 있는 것도 보았고 빈약한 책장 하나에 텅빈 책꽂이도 보았다. 어떤 분은 서예에 조예가 있어 묵향 풍기는 교장실도 보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교장실의 '텅빈 책장'을 보면 '텅빈 머리'가 연상되는 것이다. 교장 주변에 책이 많이 있으면 왠지 모르게 학구적인 교장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다.

이 같은 생각은 과학적으로 실증된 것은 아니고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교장실하면 아무래도 책이 어느 정도 구비되어야 한다고 본다. 교장실의 커피 향내, 난꽃 향기 등은 어울리지 않는다. 책냄새가 풍기는 교장실, 책을 읽는 교장, 얼마나 멋진 풍경인가?

개교 당시 교장실 책꽂이가 겨우 하나. 썰렁하기만 하다. 교직생활 중 교장실의 책꽂이를 추가로 구입하는 것을 본 적이 별로 없다. 역사가 깊은 학교의 교장실일 경우, 책으로 가득찼으면 한다. 선생님들이 교장실에 있는 책을 대여해 갈 정도면 더욱 좋다.

교장이 책을 가까이 하고 그것을 본받아 선생님들이 책을 손에서 떼지 않는다면 학생들에게 그보다 좋은 교육은 없다고 본다. 가정에서의 독서교육도 부모의 독서 모습이 본이라지 않던가. 새로 들어온 교장실 책장을 보면서 '내년 이맘 때에는 저 책장을 꽉 채울 수 있겠지' 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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