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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처음엔 전교조인 줄 알았어요”


학교장 직무연수, 교장으로서의 자질 및 리더십 함양에 큰 도움을 준다. 연수생간의 인간관계 맺기와 교육 정보교환도 보이지 않는 소득이다. 리포터의 경우, 글쓰기의 소재도 많이 얻으니 1석 3조이다.

지난 주 명품교육 연수를 중등교장 144명이 받았다. 식사 시간 중, K 교장이 필자에게 말을 건넨다. “처음엔 전교조인 줄 알았어요. 교감 때부터 쓴 글을 쭉 읽어왔어요.” 내 글에 오해가 있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아마도 정부의 교육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하는 글 때문인 듯하다.

지난 방학 중 학교장 CEO 연수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쉬는 시간, 강사와 연수생의 대화에서 필자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나 보다. 강사로 나온 도교육청 사무관이 필자를 일컬어 ‘전교조 교장’이라고 지칭하자 한 교장이 “이 교장은 10년 전부터 내가 잘 알고 있는 전문직 동기인데 그야말로 정통보수 우파 논객입니다. 전교조가 아닙니다. 교육감의 생각이나 이 교장 생각이나 같습니다.”라고 대변했다고 전해 준다.

그러고 보니 리포터의 글이 신문에 게재되어 이름이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잘못 알려진 경우도 많이 있는 듯하다. 2005년 교감 시절에는 계간지 경기교육 가을호에 ‘학교장이 변해야 학교가 산다’라는 글로 여러 교장들의 분노(?)를 산 적도 있다. 투고 당시는 ‘교감 2년차의 교육단상 4제’인데 편집자의 일방적인 제목 변경이 ‘교장을 한 수 가르치는 건방진(?) 교감’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 무렵 교육청 모 장학관이 충고의 말을 들려준다. “이 교감, 교장이 되면 글쓰기가 어려워져. 장학관이 되면 하고 싶은 말 있어도 쓰지 못 해!” 지위가 올라갈수록 자기 의견을 함부로 드러내놓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그 만치 글쓰기의 입지가 좁아진다는 것이다.

교장이 되어서도 글쓰기를 계속하다보니 때론 글의 내용이 교육청에 근무하는 윗분들의 감성을 건드리기도 한다. 연찬회 공개석상에서 지명을 당해 곤혹스런 입장에 처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리포터의 글을 끝까지 차근차근 읽어본 분들은 격려를 잊지 않는다.

몇몇 분들은 ‘십자가를 메어달라’고 공공연히 요구한다. 우리 교육계의 잘못된 현실을 바르게 지적,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주문한다. 그들은 리포터의 글이 교육계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있다고 말한다. 그 작업을 계속하여 우리의 교육현실을 바꾸는 달라는 것이다.

칼럼 등을 제대로 이해하면 좋으련만 일부의 독자들은 글의 제목을 보고 글쓴이를 성급히 판단한다. 그래서 전교조 교감이나 전교조 교장 이야기나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화성의 모 고교 교장은 글을 꼼꼼히 읽기로 소문이 나 있다. 신문에 난 글을 분석하여 행간에 숨은 뜻을 읽어내고 어학적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이런 분들의 충고는 하나하나 새겨들을 만하다.

교육계의 건의 사항 한 가지. 리포터와 함께 근무한 적도 없고 필자의 글도 제대로 읽지 않았음은 물론 일면식도 없으면서 ‘전교조 교장 아니냐!’식으로 헛소문을 내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전교조 비판글을 꾸준히 쓰고 참여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을 비판하여 온 필자에게는 ‘전교조 교장’이라는 말이 하도 어이없기에 하는 말이다.

흔히들 언론을 사회의 공기(公器)라고 한다. 필자의 경우, 주변에서 일어나는 교육현상을 교육 원론적 입장에서 감시하고 비판하며 필자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칭 오피니언 리더라는 착각에 빠져있기도 하다.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형이나 누나는 필화를 우려하여 글쓰기를 자제하라고 충고한다. 가만히 있어도 되는데 괜히 출세에 지장(?)이 있는 글쓰기는 하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필자의 글이 모두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건전하고 성숙한 사회는 다양한 오피니언들의 의견이 자유스럽게 표출되고 논의되는 사회이다. 때론 교육청 윗분들의 입맛에 맞지 않고 교과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쓴소리가 우리 사회를 발전시킨다. 쓴소리를 받아들이는 리더가 진정한 리더 아닐까? 진언을 하는 주변 참모들의 ‘거침없는 쓴소리’가 건전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독자들에게 감히 당부한다. 글을 제대로 읽고 필자를 평가해 달라는 것이다. 글도 제대로 읽지 않고 섣불리 필자를 판단하여 ‘잘못된 사실’를 퍼뜨리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다. “그 교장, 전교조지!” 그 말에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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