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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강마을 편지>평생교육 수료식을 마치고



초겨울 아침은 화장을 한 듯 그렇게 저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처음 화장한 소녀의 모습처럼 살짝살짝 희고 고운 박가분을 바른 들녘은 그대로 눈부신 아름다움 그 차체입니다. 빈들에 레이스 자락을 펼친 듯 그렇게 얼음가루가 반짝입니다. 그래서 저는 겨울아침을 좋아합니다.

지난 목요일에 우리 학교 평생 교육 프로그램 수료식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시와 문학반]이라는 강좌로 두 달 동안 수업을 하였습니다. 열세 분의 학부모님과 지역민들께서 늦은 밤 시를 읽고 문학을 이야기하였습니다.

투명한 영혼이 부딪히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작은 면지역에서 과연 문학반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많은 걱정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기우였습니다. 처음 시작한 분들이 한 분도 빠짐없이 모두 수료증을 받으셨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 주시는 수료증을 받을 때면 아주 큰 상장을 받는 듯 소중하게 볼을 붉히는 모습이 마치 소녀처럼 곱고 아름다와 보였습니다.

시를 읽는 것이 좋다는 어머니들의 모습에서 그동안 얼마나 아름다운 글에 목말라하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농촌의 연세가 많으신 분은 시를 쓰기 어렵다는 제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아름답고 진솔한 글은 누구나 마음을 울린다는 사실을 사무치게 깨달았습니다.

시 숙제를 내어주고 나서, 몇 분이나 과연 숙제를 해 오실지 걱정을 하였습니다. 시를 쓴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임을 잘 알고 있기에 과연 시를 쓰실 수 있을까 하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시 숙제 검사가 있는 날 모두가 고민 가득한 모습으로 교실에 앉으셨습니다. 그리고 힘들어 제대로 못썼다고 하시며 주머니에서 가방에서 책갈피에서 주섬주섬 꺼내어 놓으셨습니다. 벼를 거두어들이면서, 하우스일을 하면서도, 콩타작을 하면서 내내 시에 대한 생각으로 한 주를 보내셨다고 합니다. 시를 써야 한다는 그 생각이 잠을 자면서도 떠나지 않았다는 그 말씀이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모릅니다. 힘든 농사일을 끝내고 내일 수업시간에 낼 시숙제 때문에 온 밤을 꼬박 새웠다고 합니다. 새벽 2시에 일어나 시를 쓰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였다고 합니다. 자식 생각, 남편 생각, 돌아가신 친정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친정어머니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

수많은 진솔한 생각들이 글 속에 오롯하게 담겨서 그리움과 사랑의 날개를 단 시가 되었습니다. 수많은 삶의 모습들이 아름답게 시 속에 살아있었습니다. 한 분 한 분 자신이 쓴 시를 떨리는 목소리로 낭독할 때면 모두가 감동의 물결을 이루었습니다.

저는 참 행복하였습니다. 이렇게 진실된 마음으로 글을 쓰는 아름다운 제자들의 시를 대할 수 있어서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수강생들의 시는 모두 시화로 만들어서 전시회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수료식날 아쉬워하며 내년에 다시 수업을 하고싶다고 하는 그 분들의 말씀이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힘들었지만,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아니 제가 더 많이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란 말을 다시금 되새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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