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 보도를 보니 그간 가정에서 공짜로 얻어 쓰던 수건을 이제는 더 이상 얻을 수 없어 돈 주고 사야 하는 형편이 되었다는 소식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기업이나 단체가 각종 행사에서 나눠주기 위해 대량으로 주문하는 기념 수건 판매량은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에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대형 백화점에서 개인이 구매하는 수건 판매량은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불과 1년전까지만 하여도 수건은 공짜였다. 수건은 체육대회, 동문회, 칠순잔치, 등반대회, 단체여행, 주주총회 등 각종 행사에 가면 얼마든지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선물이었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이런 공짜 '기념 수건'이 사라지면서 수건을 돈주고 사서쓰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각박한 세상 인심의 한 단면이다. 달력 인심은 벌써부터 그런 징조가 나타났다. 과거엔 달력을 기업체에서 홍보용, 판촉용으로 만들어 공짜로 돌렸으나 이제는 부수를 줄이거나 아예 발행하지 않아 소비자들은 달력 구하기가 어려워졌고 인쇄업자들은 매출이 줄어 울상이라는 소식이다.
여기서 경제도 살리고 베푸는 정신을 실천에 옮길 겸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이제까지 공짜로 받아온 수건을 내가 주문 제작해 만들어 이웃에게 돌리자는 것이다. 나부터 베품의 선두에 서보자는 제안을 해보고 싶다.
학교의 경우, 방문객 기념품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 학년초에 500여개의 기념타월에 학교 전경사진과 '경기도교육청 짱짱뉴스에서 짱으로 뜬 학교 방문기념' 글자를 넣어 방문객에게 선물하니 학교 홍보도 되고 선물은 받은 분들의 반응이 좋다.
개인의 경우에는 가정의 대소사에 기념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일생일대 단 한 번의 교장 자격연수를 받으며 그 동안 지도와 격려, 협조를 아끼지 않은 선배와 동료 분들에게 연수 기념 타월을 선물하였다. 물론 그 분들은 공짜로 받았지만 필자에게는 어느 정도의 비용 지출이 수반되었다.
잘 생각해 보면 교직생활하면서 기념할 일이 꽤 있다. 임용시험 합격, 초임발령, 영전, 부장교사 임명, 자격연수(1급 정교사, 교감, 교장), 승진, 전문직 합격, 전직, 퇴직 등. 이러한 때 주위의 고마운 분들께 감사를 드리는 작은 선물은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집 화장실 수건걸이에 걸려 있는 교장자격연수 기념 수건, 그것을 볼 적마다 한여름철 땀흘리며 열심히 연수를 받던 행복시절이 떠오르고 교육을 다시 생각하면서 교장으로서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된다. 내가 지금 학교경영을 과연 잘 하고 있나를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것이다. 자성의 시간이다.
어려울수록 '나눔의 삶'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공짜수건' 나부터 만들어 돌리는 것은 어떠한지? 교직생활의 중요한 기념일을 기록과 추억으로 남기며 교육, 인생을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도 갖고. 이 각박한 세상에 자신만의 정신적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떠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