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사람들 정말 많다. 학교 운동장에 사람들이 모인 것 같네. 떠드는 소리도 완전 소음이구만!"
관악산 연주대(戀主臺) 가까이에 오르니 이건 산행이 아니다. 단체 소풍 가듯이 줄서서 가야 한다. 앞 사람 뒷꿈치를 보며 계단을 올라야 한다. 땅바닥의 흙먼지가 풀풀 날린다. 맑은 공기를 마셔야 하는데 이건 아니다.
연주대를 들러 나오니 커다란 바위에 굵게 새겨진 이름이 꼴불견이다. 어떤 이는 락카로 뿌려 자기 이름을 썼다. 누군가 말했다. 산에 새겨진 이름이 바보 명단이라고. 그렇게 자기 이름을 남길 수밖에 없으니 못난이 아닌가?
연주대 정상 뒤편, 이건 쓰레기장이다. 담배꽁초, 귤껍질, 비닐, 휴지 등이 널부러져 있다. 공중 도덕을 모르는 사람의 소행이다. 진정 산을 사랑하는 사람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자기 쓰레기는 되가져가고 산 아래 분리배출하는 곳에서 처리한다.
연주대와 연주암 사이, 평평한 곳. 식사를 하는 사람들 돗자리 가운데에 놓인 가스버너와 코펠이 눈에 띈다. 라면 끓이는 사람, 불고기 굽는 사람, 찌게 끓이는 사람 등. 관악산 등산객 수준이 이것밖에 아니 되는지? 산에서는 취사금지인데... 부끄러움도 모른다. 옆에 붙은 현수막에는 '벌금 30만원'이라는 경고문구도 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곳곳에서 보인다. 이 맑은 산 속에까지 와서 흡연을 하다니? 그야말로 비흡연자에게는 민폐다. 그러고 보니 등산하면서 내가 본 여러 개의 담배 꽁초가 우연이 아니다. 이런 분들이 산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늘 수원의 광교산, 칠보산만 다니다가 몇 년 만에 관악산에 왔는데 등산객의 수준에 실망이 크다. 광교산, 칠보산과 비교가 된다. 관악산에서는 등산객의 잘못된 행위를 제재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지 말 걸,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 관악산(冠岳山), 리포터에게는 악산(惡山)이 되고 말았다. 사람에 치이고 흙먼지 마시고. 과천향교로 향하는 계단은 너무 많아 무릎에 무리가 오고.
관악산은 과천, 안양, 서울 등지에서 오르는 코스만 11개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산행인구도 많다. 점심시간 무료 공양 줄에는 100여명 이상이 길게 늘어서 있다. 화장실도 줄서서 기다려야 한다. 주말 산행인구가 얼마나 많은지 오후 3시가 넘었는데도 정부종합청사 역 인근의 식당은 손님들로 꽉 차 있다.
올바른 산행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산에서 금지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게 선진 문화인의 올바른 태도다. 산을 찾은 등산객이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행위는 스스로 삼가야 한다. 산행의 흔적도 남기면 아니 된다. 자연에게 감사만 남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