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실의 실상을 폭로한 ‘지금 6학년 교실에서는’이라는 한 권의 책이 일간지에 보도되면서 화제가 집중되고 있다. 책의 저자인 초등학교 김영화 선생님은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면전에서 욕을 하면 교사들은 너무 당황스럽고 부끄러워 아무에게도 말도 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론화가 안 되니 개선책도 못 찾는다”라며 전 국민이 학교 현장의 실태를 제대로 알고 이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함을 호소하고 있다.
도대체 학교 현장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잘못을 하여 야단을 맞은 아이는 심한 욕설 문자 메시지를 교사에게 보내고 담임교사가 자기네들 맘에 들지 않는다고 교장실로 떼거지로 몰려가 교장에게 담임 교체를 요구한다. 학교장은 골치가 지끈거린다. 매년 담임 배정 때면 “6학년 담임만은 다들 맡을 수 없다고 하니 6학년을 없앨 수도 없고…”라고 자책하면서 푸념을 늘어놓는다. 선생님들이 자신감이 없고 어깨가 축 늘어져 있다.
과거엔 6학년 담임을 하려면 중견교사에 실력도 베테랑이고 학생들 다루는 능력이 있어야 했다. 아무나 맡을 수 없었다. 6학년 담임은 자랑이었다. 졸업 후 모교 선생님을 찾을 때는 당연히 졸업반 담임을 찾기에 6학년 담임은 스승의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수석교사는 말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6학년은 자랑스런 최고 학년으로서 선생님과 호흡이 맞아 후배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며 언행이 모범적이었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다. 힘을 앞세워 후배들을 폭행하거나 돈을 빼앗고 학교규칙을 어기면서 온갖 망나니 짓을 하니 고경력 교사도 그들을 지도하기 무척 어렵다”고 실토한다.
다들 맡기 싫어하는 6학년 누가 맡을까? 대학을 갓 졸업한 신규교사들의 차지가 되고 말았다. 선배교사들이 꺼려하고 교감과 교장의 간절한 부탁으로 야전 경험이 없는 햇병아리 교사들에게 억지로 떠넘겨지는 것이다. 아이들과 눈높이가 맞아 제대로 학급운영이 되면 별 문제 없지만 6학년 교실은 시행착오의 연속인 것이다.
6학년만 그럴까? 모 초등학교 2학년 담임 여교사(46)는 교직경력 24년만에 담임교사로서 커다란 위기를 맞았다. 학교에 출근하기가 꺼려질 정도다. 학급 아이가 장난이 심해 도저히 수업을 진행할 없어 주의를 주면 오히려 교사에게 대들거나 입에 담을 수 없는 험한 욕을 해대고 교사에게 폭행을 가하니 통제불능이라는 것이다.
김영화 교사는 주장한다. 5% 문제아의 교권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에 교사들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20%의 건들건들파가 가세를 해 교실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고 만다고. 그리고 어느 한 반이 무너지면 도미노 현상처럼 이웃 반으로 급속히 퍼져나간다고.
어쩌다 학교현장이 이렇게 되었을까? 우선 가정교육의 부재다. 외동 딸이나 아들을 금이야 옥이야 키우다 보니 그들이 집안에서는 왕 행세를 한다. 그들에게 부모는 돈벌어오는 기계나 뒷치다거리를 하는 일꾼에 불과하다. 부모의 권위는 사라진지 오래다. 부모에 대한 예절은 오간데 없다. 그들은 어른의 가르침을 무시하고 있다.
교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학생이 잘못을 저질러 가정의 협조가 필요한 경우, 부모가 자녀의 잘못을 인정하면 학생을 올바른 길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의 협조 아래 지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모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자식을 두둔하고 학교를 탓하면 교사는 학생 지도를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지난 10년간 정부도 교단 무너뜨리기에 일조를 했다. 촌지를 받지 않는다는 현수막을 학교에 붙이게 하여 교사의 자존심을 무참히도 짓밟았다. 심지어 교육적인 체벌까지도 경찰에 신고하게 해 폭력교사로 몰아 생활지도의 입지를 좁게 하였다. 학생 인권만 강조를 하다보니 학생에게 매맞는 교사가 심심치 않게 언론에 보도될 정도다.
필자는 학부모 모임에서 강조한다. 아이들 보는 앞에서 선생님 흉보지 말라고. 그것은 교사가 잘 나서가 아니라 내 자식 교육을 위해서라고. 부모가 앞장서 교사를 흉보는 순간 교육은 이미 끝난 것이라고. 잘못된 가정교육이 학교교육까지 망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현명한 부모는 자녀 앞에서 결코 교사 험담을 늘어놓지 않는다고.
국민들이 군인을 믿지 못하고 군대 전체를 깔아뭉개면 국방력이 약화된다.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을 불신하면 민생치안 부재 현상이 나타난다. 국민들이 학교를 믿지 못하고 교사의 권위를 무시하면 교육은 이루어질 수 없다. 교단 붕괴는 순식간에 이루어지고 만다. 교육 망가뜨리기는 순간이지만 복구하는 데는 수 십년이 걸린다. 몇 세대를 거쳐야 할 지도 모른다.
의욕을 갖고 교육 제대로 해보려다 개망나니 학생이나 교육 몰이해 학부모를 만나 시달림을 당했던 교사가 하나 둘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학교마다 통계를 잡으면 그 사례는 엄청날 것이다. 학교에서 그 광경을 목격한 교사는 학생지도에 절대로 나서지 않는다.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을 보고도 모르는 체한다. 학생들의 거친 행동은 더욱 과격해진다. 교사가 본분인 학생지도를 회피할 때 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나라의 미래는 캄캄해지는 것이다.
학부모에게 묻고 싶다. 아둥바둥 돈 벌면 무엇하냐고? 이미 자식 교육은 망쳤는데. 우리가 무엇 때문에 잘 살려고 노력하냐고? 결국엔 제2세의 미래를 밝게 하자는 것 아니겠냐고?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고 부모와 교사에게 겁없이 대드는 그런 자식 길러서 어디다 쓰겠냐고? 자기 편안함만 추구하느라 규율과 규칙, 질서 파괴를 일삼는 자식에게는 공부는 무슨 소용이 있냐고? 공부보다 사람됨이 우선 아니겠냐고?
32년간 교육일선에서 교육현장을 살펴보니 요즘처럼 교육위기인 때는 없었던 듯 싶다. 교육에도 워룸(War Room)체제가 필요하다. 경제 비상과 함께 교육 비상시국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범정부 차원의 신속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조직이 필요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교육의 중요성과 함께 공교육 붕괴 현장의 심각성을 얼마나 절감하고 있을까? 대통령 자신이 현장 소통을 강조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