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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제가 저를 찍으면 안 되지요?


올해는 3월 1일에 새 학년이 시작되면서 1주일이 시작되는 일요일과 국경일인 삼일절이 겹쳐 시작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 월요일인 2일부터 새 학년이 시작되었다. 1주일이 바쁘게 지나가고 어린이 회장선거를 하는 날이다.

민주주의의 기초를 배우는 어린이회장과 부회장을 선출하는 날이라 다목적강당 입구엔 아이들이 직접 쓴 선거 벽보가 붙어 있었다.
회장에 2명 부회장에 2명이 입후보하여 단상에 올라가 소견발표를 했는데 쪽지에 원고를 써와서 읽는 모습이 대견해 보였다.

자기소개에 이어 나를 선출해 주면 어떻게 어린이회를 이끌어 가겠다는 각오를 피력하는 모습이 한편으로 순진하였고 쑥스러워하는 어린이도 있었다. 성인들과는 너무 대조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선거에서 이기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혼탁한 선거문화를 보면서 어린이들을 보고 배웠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투표하는 요령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저학년부터 투표가 시작되었다. 선관위에서 대여 받은 기표소에 들어가서 투표용지에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하고 나와 투표함에 넣는 모습이 너무 진지해 보였다.

어린이회장에 입후보한 6학년 남자아이가 잠시 주저하더니 나에게 귓속말로 묻는다.
“교장선생님 ! 제가 저를 찍어도 돼요?. ”
하고 질문을 한다.
순간 어떻게 답을 해줘야 하나?
“기표소에는 비밀이 보장되기 때문에 본인 마음이지”


자기가 자기 자신에게 투표를 하면 양심에 걸리는 것인가? 한 표로 당락이 좌우될 수도 있기 때문에 혼자서 마음에 갈등을 하다가 질문을 한 것 같다. 그러나 때 묻지 않은 순수한 그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런 순수한 마음이 얼룩이 지고 때가 묻지 않도록 오래도록 간직하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순수한 아이들과 생활하는 동안 우리는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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