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이라고 띄어 쓰는 경우가 있고, ‘한번’을 붙여 쓰는 경우가 있다. 띄어 쓰고 붙여 쓰는 것은 단어의 문법적인 성격에 의해서 결정된다. ‘한’, ‘번’ 그리고 ‘한번’을 각각 사전에서 검색하면,
‘한’은 관형사
1. (일부 단위를 나타내는 말 앞에 쓰여) 그 수량이 하나임을 나타내는 말.
- 한 사람/책 한 권/말 한 마리/노래 한 곡/국 한 그릇/한 가닥 빛도 없는 지하실/한 가지만 더 물어보자./그는 한 달 월급을 모두 도박에 탕진했다.
2. ‘어떤’의 뜻을 나타내는 말.- 옛날 강원도의 한 마을에 효자가 살고 있었다./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의 한 고위 관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3. (수량을 나타내는 말 앞에 쓰여) ‘대략’의 뜻을 나타내는 말.
- 한 20분쯤 걸었다./한 30명의 학생들이 앉아 있다./초봉은 한 100만 원 정도 된다.
‘한’이 관형사로 쓰이는 경우는 ‘한 건 하다./한 귀로 흘리다./한 달 서른 날./한 몸이 되다./한 방을 먹이다.’ 등의 관용구에서 볼 수 있다. 또 ‘한 가랑이에 두 다리 넣는다.(정신없이 매우 서두르는 모양을 이르는 말.)/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한 냥짜리 굿하다가 백 냥짜리 징 깨뜨린다.(쓸데없이 공연한 일을 벌여 놓았다가 굉장히 큰 손해를 보게 되는 경우에 이르는 말)’ 등의 속담에도 ‘한’이 관형사로 쓰인 예다.
‘번’은
Ⅰ. 명사로, 차례로 숙직이나 당직을 하는 일.(번을 서다.)Ⅱ. 의존명사로1. 일의 차례를 나타내는 말.
- 둘째 번/다음 번 면담은 너이다. 2. 일의 횟수를 세는 단위.
- 여러 번/누구나 한 번은 겪는 일/몇 번을 그 앞을 왔다 갔다 하여 보았지만, 들어갈 기회는 얻을 수가 없었다.(김동인, ‘젊은 그들’)3. 어떤 범주에 속한 사람이나 사물의 차례를 나타내는 단위.
- 4번 타자/1학년 2반 34번/1번 버스
‘한번’은
Ⅰ. 명사로1. (주로 ‘-어 보다’ 구성과 함께 쓰여) 어떤 일을 시험 삼아 시도함을 나타내는 말.
- 한번 해 보다./한번 먹어 보다./제가 일단 해 보겠습니다./이 문제를 한번 잘 생각해 봐./이 가죽이 얼마나 질긴가 한번 시험해 보자./심심한데 노래나 한번 불러 볼까?/얼마인지 가격이나 한번 물어봐.2. 기회 있는 어떤 때.
- 우리 집에 한번 놀러 오세요./시간 날 때 낚시나 한번 갑시다./언제 한번 찾아가 뵙고 싶습니다./큰 병원에 한번 가서 진찰을 받아보자. 3. (주로 ‘한번은’ 꼴로 쓰여) 지난 어느 때나 기회.
- 한번은 그런 일도 있었지./언제가 한번은 길에서 그 사람과 우연히 마주친 일이 있었어./한번은 네거리에서 큰 사고를 낼 뻔했다.Ⅱ. 부사로(명사 바로 뒤에 쓰여) 어떤 행동이나 상태를 강조하는 뜻을 나타내는 말.
- 춤 한번 잘 춘다./공 한번 잘 찬다./너, 말 한번 잘했다./고 녀석, 울음소리 한번 크구나./동네 인심 한번 고약하구나.
‘한번’은 ‘한번 검으면 흴 줄 모른다.(한번 나쁜 버릇이 들면 고치기 어렵다는 말.)/한번 엎지른 물은 다시 주워 담지 못한다./한번 쥐면 펼 줄 모른다.’라는 속담에서 쓰고 있다.
‘한 번’으로 띄어 쓸 경우에는 관형사와 의존명사로 쓴 것이다. 의존명사는 의미적 독립성은 없으나 다른 단어 뒤에 의존하여 명사적 기능을 담당하므로, 하나의 단어로 다루어진다. 독립성이 없기 때문에, 앞 단어에 붙여 쓰느냐 띄어 쓰느냐 하는 문제가 논의의 대상이 되었지만,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쓴다는 원칙에 따라 띄어 쓴다. ‘번’은 차례나 일의 횟수를 나타내는 의존명사이다. 따라서 ‘한 번’, ‘두 번’, ‘세 번’과 같이 띄어 쓴다.
이에 대한 판단은 ‘한’과 ‘한번’의 의미로도 파악이 가능하다. ‘한번’을 ‘두 번’, ‘세 번’으로 바꾸어 뜻이 통하면 ‘한 번’으로 띄어 쓰고 그렇지 않으면 ‘한번’으로 붙여 쓴다. ‘실패하든 성공하든 한번 해 보자.’는 ‘두 번’으로 바꾸면 뜻이 통하지 않으므로 ‘한번’이 되지만, ‘한 번 실패하더라도 두 번, 세 번 다시 도전하자.’는 ‘두 번’으로 바꾸어도 뜻이 통하므로 ‘한 번’으로 띄어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