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되다’를 써야 할 자리에 ‘애띠다’를 쓰는 경우가 많다. 다음의 경우가 다 그렇다.
○ 이날 우에노 주리는 회색 라운드 셔츠와 체크무늬 스커트를 입고 나타나 애띤 모습을 선보였다.(매일경제, 2008. 10. 4.)
○ 26일 오전 부산 강서구 배영초등학교 도서관에서는 애띤 목소리에 어눌한 발음이 뒤섞인 아리랑 합창이 울려 퍼졌다.(연합뉴스, 2008. 12. 26.)
○ 짧은 머리와 애띤 얼굴의 이민호가 2008년 영화 ‘울 학교 ET’를 거쳐 2009년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는 아무나 소화할 수 없는 파마머리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마이데일리, 2009. 3. 2.)
여기에 ‘애띤’은 모두 바른 표현이 아니다. ‘앳되다’를 써야 할 자리에 잘못 쓴 것이다. 사전에서 검색해 보면,
‘앳되다’는 ‘애티가 있어 어려 보이다.’는 형용사로
- 소녀의 앳된 목소리/새색시의 예쁘장하고 앳된 얼굴/나이에 비해 앳돼 보이다.
- 뜻밖에 사내는 마치 어린 여자아이의 것처럼 앳되고 가냘픈 목소리였다.(송기원, ‘월문리에서’)
- 마흔여섯 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아내는 앳되었다.(한승원, ‘해신의 늪’)
‘앳되다’는 ‘애’와 ‘되다’가 결합한 말이다. 결합하면서 된소리가 나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붙인 것이다. ‘애’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다루고 있지 않지만, ‘애’를 접두사 ‘어린’, ‘앳된’의 뜻을 나타내는 말로 올려놓은 사전이 많다. 그 예로 ‘애호박, 애벌레, 애송이’가 있다. 또 이는 ‘처음의 뜻을 나타내는 말’로 ‘애갈이, 애당초, 애벌’에도 결합된다.
‘애띠다’는 사전에 없는 말이다. 일부에서는 경상, 충청, 전라, 강원의 일부 지역에서 쓰이고 있는 방언이라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렇게 써서는 안 된다.
‘앳되다’를 써야 할 자리에 ‘애띠다’를 많이 쓰는 이유는 박두진의 시 ‘해’가 영향이 크다.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이 시는 한때 국정 교과서에도 실렸었다. 따라서 학교 다니면서 암송했던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애띤 얼굴’과 ‘애띠고 고운 날’이 익숙하다. 이 표현을 보았던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비슷한 상황을 보고 이렇게 말하면서 오용 사례가 생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