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시간에 배우는 탄성의 원리, 물과 수증기의 순환 등은 아이들에게 낯설고 딱딱한 내용이다. 교과서만 읽으며 가르치다보면 금세 딴 생각하는 아이들로 교실이 산만해지기 일쑤다. 하지만 어려운 과학 원리를 마술을 응용해 설명한다면 분위기도 확 잡고 학습내용도 쏙쏙 머리에 들어가지 않을까?
교사마술동호회 '매직티처(cafe.daum.net/MagicTeacher)'는 바로 '마술의 교육적 활용'을 목표로 구성된 온라인 교사 모임이다. 인천교대 마술동아리 '매직아이'에서 함께 활동했던 박태현 교사(인천 신광초) 등 3명이 의기투합해 지난해 12월 말 매직티처를 탄생시킨 것.
동회회 시삽인 박 교사는 "마술을 통해 학습동기를 유발하고 수업에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내 함께 공유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이들의 마술은 철저히 '교육용'이다. 예를 들면 신문지에 부은 물이 증발하고 다시 물이 채워지는 마술을 보여주며 물과 수증기의 순환에 대해 설명하고, 한 마리의 풍뎅이가 순식간에 여섯 마리로 변했다 다시 한 마리로 바뀌는 젓가락 마술은 더하기 빼기 학습시 활용한다는 것이다.
공연·교육 담당 김택수 씨(23·인천교대)는 "고무줄 사이에 반지를 걸고 주문을 외면 아래쪽에 있던 반지가 중력을 무시하고 위쪽으로 움직이게 하는 고무줄 마술은 늘어나면 다시 줄어들려는 고무줄의 성질을 응용한 것인데 탄성의 원리를 설명하는 데는 딱"이라고 목청을 돋웠다.
또 총무 전준헌 교사(시흥 장현초)는 "신문지를 접고 접힌 부분을 네모 모양으로 오린 후 펼치면 동그라미가 되는 마술은 1학년 '여러 가지 모양 알아보기' 단원에 응용할 수 있다"며 작성한 학습지도안을 보여줬다.
상담활동에도 마술은 큰 위력을 발휘한다. 박태현 교사는 "1대1 상담 시 학생과 교사가 각각 고른 카드를 같게 만드는 마술로 교감을 이루면 마음도 쉽게 열 수 있다"고 말한다. 마술 재료가 동전, 고무줄, 휴지, 볼펜처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매직티처 온라인 게시판에는 이처럼 수업과 상담에 이용할 만한 마술과 교실에서의 연출법에 대한 상담과 경험 사례, 동영상 자료들이 올라와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이미 초중고 교사 회원이 760명에 달할 정도다.
하지만 온라인 활동만 하는 건 아니다. 마술을 직접 배우고 싶어하는 교사들을 만나 직접 마술교육도 한다. 지난 9일 서울 대학로 흥사단에서 연 '제1회 매직티처 정기연수회'를 시작으로 매달 정기연수회를 열어 교육용 마술을 전파할 계획이다.
동호회 안주인 송미정 교사(인천 봉수초)는 "예상 인원의 두 배인 90여명의 교사가 전국 각지에서 참가해 연수 장소를 바꿀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며 "비정기 모임도 자주 가져 지속적인 현장연수와 친목을 도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제 새내기 교사로 첫발을 내딛은 운영진들은 앞으로 마술이 교실수업에 새바람을 일으킬 꿈에 부풀어 있다. 이들은 "우선 각 교과 단원마다 어떤 마술이 활용될 수 있는지를 정리해 학습지도안을 만들고, 수업에서의 마술 연출기법을 담은 동영상도 제작해 공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방학 등을 이용해 지방 분교를 돌며 공연과 연수를 겸한 '마술캠프'도 열 계획인데 벌써 3개 분교가 신청을 해왔다"며 들뜬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