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순창군 실내체육관에서 제40회한민족통일문예제전 시상식이 있었다. 민족통일협의회가 3월 25일부터 4월 30일까지 공모하고, 6월 12일 수상자 발표에 이어 넉 달 만에 시상식을 갖게 된 것이다.
내가 지도한 학생의 시도 수상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마침 학교는 축제날이었다. 학생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 나라도 대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시상식은 ‘2009년 민족통일전라북도대회’의 부대행사쯤 되었다. 그럴 수도 있지, 이해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정작 시상식이 진행되면서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이 일기 시작했다. 수상자는 무려 150여 명이었다. 전라북도 한 곳이 그러니 16개 시도를 합하면 자그만치 2,400명에게 상을 주는 것이 된다. 아무리 다다익선이라지만, 남발된다는 생각을 떨굴 수 없었다.
거기까지도 그러려니 했다. 분통이 터진 것은 시상식이 끝나도록 우리 학교 학생 이름은 호명되지 않는 점이었다. 시간관계상 일일이 호명하여 연단에 오르게 해 수여하지 못할 것 같으면 왜 오라 한 것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고작 박수나 치러 평일 오후 수업을 빠진 채 참석하라는게 말이 되는가. 그렇게 학생들이 참석하여 연단에 올라 상을 받긴커녕 자리에 앉은 채 박수나 치고 있는 것이 ‘상생과 공영을 위한’ 민족통일운동인가?
시상식이 끝나고 상장을 나눠주는 것도 마치 처음 해보는 것처럼 장터 속이었다. 민족통일협의회가 주최했으면서도 수여자가 교육감이라며 부상 없이 달랑 상장 하나만 주는 것이라면 추후 우편 등으로 보내주는게 상식적일 것이다.
바꿔 생각해보면 그 순수성에 의심이 일기까지 한다. 성대한 민족통일대회 관중동원을 위해 나이어린 학생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일부 참석자(회원)들이 음주를 하거나 대회 진행중에도 잡담을 계속 하는 등 무슨 민족통일운동을 저렇게 하나 하는 탄식이 절로 터져나오기도 했다.
차제에 민족통일협의회에 당부한다. 민족의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이런저런 노력은 높이 살만하지만, 통일문예제전은 그렇게 해선 안된다. 우선 심사기간이다. 공모마감에서 시상식까지 무려 6개월이다. 그 사이 무슨 ‘음모’가 주최측에서 벌어지는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시상식에는 장관상과 지도교사상, 일반 수상자 등 연단으로 불러 직접 시상할 소수의 수상자만 참석하게 하는 것이 옳다. 박수나 치고 민족통일대회 자리를 꽉 채우기 위해 들러리로 동원되는 것이라면 ‘한민족통일문예제전’의 순수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내가 지도한 학생의 수상에 이렇게 기분이 나쁘기는 교직 26년 만에 처음이다. 그냥 넘어가려다 한민족통일문예제전 시상식 분위기를 공개하는 것은 말할 나위 없이 다음을 위해서다.
어린 학생들도 표현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느끼긴 한다. 주최측은 그 점을 명심, 상 주고도 욕 먹는 일이 없도록 한민족통일문예제전을 운영했으면 한다. 발상을 전환할 시간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