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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교원평가 구체적 방법론 찾아야

정부는 2010년 3월부터 교원능력개발평가(이하 교원평가)를 전면 시행한다. 교원평가제를 실시하려면 원칙적으로 법제화가 우선이므로, 제도의 근거를 담은 초ㆍ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관련 법의 국회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교육규칙을 제정해 교원평가제 전면 시행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교원평가는 그 목적과 방법론 등에서 문제점이 많았다. 특히 교원평가는 교육적으로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 아니고, 여론의 힘을 얻어 시행되는 정책이다. 따라서 교육 현장에서는 수용하지 못했다. 교원 단체가 평가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마지막까지 버텼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도 교과부에서 강행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은 태도다. 이런 태도는 다분히 정칙적인 의도가 있다. 의도적으로 여론 몰이를 해서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정치적이다. 교육은 정신적 영역을 다루고 있어 여타의 사회적 환경과 다르다. 교육은 무엇보다도 정치적 판단보다 교육적 판단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교육 문제에 있어서 정치권의 판단이나 결정을 배제하자는 뜻은 아니다. 평가는 신뢰성과 정당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교원평가는 정당성과 정통성이 중시되어야 한다.

실제로 교육 현장은 교원평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새로운 평가 제도를 원한 것은 평가 제도의 자체의 결함 때문이다. 제도의 미숙과 교육 철학의 빈곤이 평가의 불신을 가져왔다. 법의 테두리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행하는 것도 결국은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은 뻔하다. 1년 늦는다고 교원평가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법이 만들어지고, 충분히 준비를 하고 시행해도 늦지 않다.

그와 더불어 필요한 것은 교원평가에 대한 세부 방침이 구체적으로 준비되어야 한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원평가가 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즉 교원평가를 통해 수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교육의 전반적인 영역을 상승시키는 것이 그 목적이다. 교원평가의 주 내용은 수업이 될 듯하다. 이렇게 볼 때 교원평가는 전문적인 영역을 평가하는 제도다. 그런데도 교원평가를 비전문가인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 자료를 근거로 한다니 걱정되는 바가 많다. 학부모의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와 학생의 ‘학생만족도’는 말 그대로 수업 만족도에 대한 대답이다. 이를 근거로 평가 자료를 삼는 것은 위험한 사고다.

필자는 몇 년 전에 수업 후에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 만족도를 실시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일을 중단했다. 이유는 수업 만족도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이 실망스럽기 때문이다. 수업 만족도 조사를 해보면 학업에 대해 열정이 있고 학업이 우수한 학생은 응답 자료가 성실하다. 하지만 학업에 대한 열의가 없고 성적이 뒤처지는 아이들의 만족도 자료는 감정적인 대응으로 인해 객관성을 잃어버린다. 마찬가지로 이번 교원평가에서 계획하고 있는 학부모․학생의 만족도 조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교원평가는 전문적인 영역이다. 평가자는 당연히 전문가여야 한다. 전문가가 참여하는 평가 방법만이 교원의 전문성을 높이고,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학생의 만족도 자료가 평가에 반영되는 것은 교육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교원평가의 대상과 시기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지금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교사가 무려 109명이다. 전 교사가 평가를 받는다고 가정할 때, 방학 기간 및 기타 고사 기간을 제외하면 한 달에 평균 18명이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학교는 1년 내내 평가를 받아야 하고, 결국은 교육력도 뒤떨어진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우선 신규 임용자는 일급정교사 자격 취득 후 2년부터 할 것을 제안한다. 그후 2년 단위로 평가, 5회 즉 10년 동안 받는다. 이렇게 하면 교직생활을 약 15년을 넘게 한 경우다. 남교사는 군제대 후 30에 임용고시를 통과하고, 최근 교직에 여교사 비율이 높고 임용 통과를 30대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 기간은 교직 전 기간에 해당한다. 또 이 기간에 일정 기준을 통과했으면 그 이후는 자율로 선택해서 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이제 교원평가에 대한 합의가 이제 막 형성되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이제부터 구체적인 안을 마련해서 효과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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