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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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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아직도 결정이 안 되었습니까?”
“…….”
“결정을 빨리 해 주셔야 다음이 진행이 되는데…….”
“그쪽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회장님 결단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것 참! 미치겠구먼…….’

아까부터 임시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00지회장은 연신 현관문을 드나들고 있었다. 전국초등수석교사들 150여 명은 한국교원대 종합연수관에서 나의 결정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답답하고 무척 지루한 시간이다.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간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자리에서 그만 둬야 할지 아니면 그대로 1년을 더 해야 하는지 참으로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시간이다. 내가 수석교사 법제화 TF 팀에 합류만 되지 않았다면 전국초등수석교사협의회 회장을 그만둬도 서운하지 않았다. 문제는 수석교사제 법제화 TF 팀에 수석교사의 대표로서 참여하게 되면 더 수석교사들의 의견을 제안하는데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짧은 시간에 전국초등수석교사협의회장을 그만 둬야 하는지 아니면 그대로 유지해야하는지 결정하기가 무척 난감했다. 빨리 결정을 하라는 듯 선거관리위원장은 ‘흠흠’ 하면서 먼 산만 바라보고 결정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수석교사제가 바로 서도록 하기위해서는 회장의 명함을 가지고 참여를 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는 생각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점심시간에 회장후부로 등록하라던 이야기가 맴돈다. 등록한 사람은 몇 사람이나 되는지 물어 보았더니 뒤늦게 한 명이 등록했다고 한다. 선거관리위원들도 이번에는 투표로 하는 것보다는 추대를 해서 하는 방향이 되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전국초등수석교사협의회는 2007년 12월에 수석교사로 선발이 되어 2008년 2월 교과부 연수를 받으면서 전국에 모인 선생님들이 만들었다. 그야말로 수석교사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각 학교에서 수석교사의 지위와 역할이 명료화 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나 막막하여 연수 마지막 날 수료증을 받는 자리에서 순식간에 조직됐던 것이다. 전국조직을 통해 수석교사의 우수활동 사례를 서로가 정보를 공유하고, 연수나 워크숍을 통해 수석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초중등 전체를 아우르는 전국수석교사협의회를 조직하고자 하였으나 시간이 너무나 촉박하여 할 수 없이 전국 초·중등수석교사협의회를 조직하기로 결의하고 헤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첫 회장직을 맡아 각시도별 수석교사협의회도 회칙을 정하여 조직을 하고, 전국초등수석교사협의회는 회장1명, 부회장 2명, 기획, 정책, 사무, 홍보 부장 등 4개 부서를 조직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수석교사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시도교육청에서도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전국초등수석교사협의회 회장명으로 일을 처리했다. 전국초등수석교사협의회 회장명으로 공문을 보냈으나 공인된 단체가 아니라 하여 출장처리도 해주지 않아 참석도 하지 못하는 수석선생님이 많았으며 출장비 또한 개인 사비로 충당했다. 그러나 교원자격체제에 수석교사가 교수직렬로 관리직렬과 함께 2원화 되어야 한다는 열정으로 전국의 수석교사들은 무던히도 열심히 하였던 것이다. 어려운 때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도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기에 큰 힘이 되었다.

다행이 2년 동안 열심히 활동한 결과 이제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제도화에 앞장을 서게 되었으며 시도교육청에서도 수석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위해 다양한 지원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임무를 주기 시작했다. 처음에 수석교사협의회 명으로 하였던 공문도 교육청에서 발송을 해주게 되었고, 자체로 실시하였던 연찬회도 시도교육청이나 지역교육청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원 및 배려해 주고 있다. 

이제 3년차 수석교사 시범운영을 하면서 올해부터는 법제화 과정에 있는 이 단계에서 전격적으로 회장후보 선출이라는 복병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온몸으로 활동하였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새 이가 나오게 되면 헌 이는 빠지게 마련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인가.

조금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화가 나기도 했다. 그야말로 2년 동안 사명감을 가지고 개척정신으로 온몸을 불사르며 온 정성을 다하여 활동하였던 수석교사협의회인 것이다. 이것도 권력이기에 이렇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란 말인가. 갑자기 ‘깡통 맛, 감투 맛’ 이라는 말이 뇌리에 스쳐간다. 게을러서 빌어먹는 데 맛이 들린 사람은, 즉 깡통을 들고 얻어먹는데 맛 들린 사람은 일을 하지 않고 때만 되면 편케 얻어 먹으려만 하고, 또 감투 맛에 맛 들린 사람은 권력의 맛을 즐기기 때문에 죽어도 권력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의 끈을 놓지 않으려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 이것도 일종의 감투이기에 내 손안에 들어온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지도 모를 일이지!’

굳이 전국초등수석교사협의회 회장 선출을 하는데 경선을 하여 당락을 결정짓는 것은 수석교사의 명예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상대방도 나와 같이 함께 해 온 동지인데, 내가 양보를 하면 더 이상 여러 수석선생님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 설령 투표에 의해 당선이 된다 한들 함께 했던 수석선생님께 미안할 뿐이다.

나는 벌써 2년 동안이나 전국초등수석교사협의회장으로 전국의 수석선생님들로부터 회장님이라는 칭호를 들으며 예우를 받으면서 생활해 왔던 사람이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도 한 쪽에서는 수석교사제 법제화 TF 위원으로 참석을 하려면 전국수석교사의 대표성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며 끈질기게 유혹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인심 좋게 뵈는 임시위원장은 아직도 먼 산을 바라보고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 나는 지금 감투 맛을 즐기려 하고 있는 걸 거야.’
‘이제 버려야지. 아쉬울 때 버리는 거야. 사람에게 만족이란 없는 것이니까.’
“…….”
“선거관리위원장님 제가 포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결단을 잘 내리셨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총총히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계속 '깡통 맛 감투 맛, 깡통 맛 감투 맛, 깡통 맛 감투 맛, 감투 맛, 감투 맛, 감투 맛…'을 읊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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