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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대학 시간강사 우리 교육의 문제다

지난 달 대학 시간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0년차 시간강사였던 그는 월평균 150만원으로 생활고에 시달린 나머지 극단의 길을 택한 것이다. 그는 유서에서 최근 몇 개 대학에 교수 임용을 신청했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고 ‘자신보다 능력 없는 사람이 학교발전기금 등을 지불하고 임용됐다’고 말하면서 괴로워했다. 또한 그는 “나는 스트레스성으로 자살을 선택한다. 돈… 미안하다”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대학 시간강사 자살 사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목숨을 끊은 시간강사는 10여명에 이른다는 것은 그 동안의 언론보도를 통해 모두가 알고 있다. 시간강사는 시간당 3만원 정도 낮은 임금으로 전임교수의 10분의 1정도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들은 교원으로 인정받지도 못한 채 '일용잡급직'으로 분류되어 교원으로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마저 외면당하고 있다. 이러한 이들의 신분이다 보니 강의하러 간 대학에 주차료 지불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강사실 하나 없는 대학이 많다. 한 마디로 보따리 행상이란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학 시간강사의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우리 사회는 항상 강사 개인 문제로 돌리기에 바쁘고, 일어날 당시는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면 그냥 묻혀버리기 일쑤다. 이러한 고급인력의 자살은 국가나 개인으로서도 큰 손실이며 단순한 대학의 문제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번 경우에는 자살 전 작성한 유서에 많은 부조리를 상세히 폭로하였기에 개인의 문제로 돌리기에는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교수의 논문대필과 교수채용에 대한 댓가를 요구한 점은 우리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가장 공정하고 투명해야할 학문의 전당인 대학사회가 교수채용에서 뒷거래라는 불명예스러운 비리에 있는 것은 우리 대학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물론 대학 시간강사의 문제는 하루 아침에 해결되리라 기대는 하지 않지만 그 근본적인 문제는 이번에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한다.

지금 유치원을 비롯하여 초·중등교원의 임용은 임용고시를 통하고 얼마나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가? 그러나 대학 교수임용은 이와 달리 대학 자체 인사위원회와 대학재단의 학맥, 인맥으로 인한 비합리적이고 객관적이지 못한 임용이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또 다른 하나는 충분하지 못한 대학 재정 상태에 그 원인을 둘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외국의 대학처럼 사회로부터 많은 기부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대부분 대학재정이 학생들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대학재정의 부족은 교원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부족한 강의를 시간강사들에게 맡기는 것으로 이어진다.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이 밝힌 전국 400여개 대학 시간 강사가 가장 많은 대학은 고려대로 3천명에 육박하고 있고 천명을 넘은 대학도 한양대와 단국대, 건국대 등 15개 학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했다. 이처럼 대학들은 학교재정을 이유로 강의료가 전임교원의 10분의 1에 불과한 시간 강사를 줄이지 않고 있다.

대학은 학생들로부터 받은 등록금만큼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해 주어야 마땅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학은 지금까지 학생들이 낸 등록금만큼의 교육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전임교수가 담당해야할 강의를 외부 시간강사에 맡기고, 때로는 검증되지도 않은 강사에게 학기별로 계약하여 그야말로 저가 교육서비스를 했다. 이러한 결과는 고스란히 대학의 부실교육으로 나타남을 반성해야 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대학 강사들의 교원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그리고 우리나라 정도라고 한다.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은 정년 보장 교수와 비정년 보장 교수로 구분할 뿐 교원 지위는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 우리의 대학 교육이 제대로 서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시간강사들의 처우 개선에 대학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실 대학교수는 강의 외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전공분야에 대한 연구가 부단히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교수의 연구 결과는 학술회의나 세미나를 통하여 책이나 전문학술지에 게재되어 정부정책이나 산업 및 기타 분야에 기여하게 된다. 그러나 시간강사는 대학의 전임교원이 아니기 때문에 강의 외에는 할 수 없으므로 정상적인 학문발전도 수행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이번 기회에 시간강사의 문제는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제도적 보완과 대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시간강사의 강사료를 현실화하고 교원의 지위를 갖도록 고등교육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리고 4대 보험의 보장과 대학의 법정 교수 확보율을 높여 전임교수의 정원을 늘리고 시간강사들이 임용될 수 있는 제도를 고쳐야 한다.

우리는 이번에 자살한 시간강사 말처럼 돈으로 대학교수 자리를 사는 것이어서는 정말 안 된다. 대학 교수는 우리 모두가 선망의 직업이며, 최고의 지성 집단이다. 그러므로 고도의 전문지식과 식견을 가진 학자인 이들은 그야말로 초빙하고 모시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대학의 신뢰와 학문의 권위도 얻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필자도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하고 있지만, 안정된 직업이 있고 순수한 교육적 봉사로 생각하고 있어 앞의 문제와는 차이가 있으나 박사학위를 가진 고급인력을 부실한 교육자원으로 활용하는 대학사회 구조는 이번에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아울러 전임교원의 확보 없이 지금과 같은 시간강사를 통한 대학 교육으로는 더 이상의 국제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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