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주말 밤에 치러진 월드컵 첫 경기 그리스와의 대결을 보면서 정말로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느꼈을 것이다.
비행기를 세 번이나 갈아타야 갈수 있다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축제를 지구촌 안방에서 좋은 화질의 TV를 보면서 주말 밤을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었다. 경기에 졌으면 스트레스가 되었을 테지만 2대0이라는 압도적 승리를 이룬 태극전사들이 너무 자랑스럽고 신나는 6월의 밤이었다.
전국에서 펼쳐진 거리응원전에는 붉은 색의 물결이 대한민국의 기상과 응원의 함성이 지구촌 저편에 있는 남아공까지 전해진 것 같다.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 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B조 1차전의 상대인 그리스가 우리에게는 가장 만만한 상대였다고 한다. 그래도 장신선수가 많고 수비가 아주 강한데다가 화려한 경력의 감독인 오토 레하겔(Otto Rehhagel)이 팀을 맡고 있어 만만히 볼 팀은 아니었다.
경기 시작 7분 만에 이영표 선수가 만들어 낸 프리킥을 기성용 선수가 절묘하게 골문 앞으로 오려서 아슬아슬하게 그리스 선수를 피하여 날아오는 공을 이정수 선수가 오른발로 차 넣어 감격의 첫 골을 기록하였다.
후반전 약 7분에 박지성 선수의 골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상대편이 우리 선수를 의식하지 못하고 돌아서면서 흘린 공을 주장을 맡고 있는 박지성 선수가 볼을 몰고 상대 골문 앞으로 질풍노도처럼 치고 들어갔다.
볼을 놓친 선수와 골키퍼가 끝가지 따라붙어 결사적으로 막았지만 발이 빠르고 경험이 풍부한 박지성은 수비수와 골키퍼사이로 왼발을 꺾어 차는 멋진 슈팅으로 그리스의 골 망을 흔들었다.
이렇게 통쾌할 수가 없었다. 중계방송을 보던 대한민국사람들은 환호와 함께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서로 부둥켜안고 펄쩍펄쩍 뛰었다.
철벽수비를 자랑하는 그리스 선수의 좁은 공간으로 슛을 날리는 박지성 선수의 멋진 슛은 온 국민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골을 넣은 박지성 선수는 마치 비행기처럼 양팔을 벌리고 푸른 잔디를 날아오르는 듯한 멋진 탈춤 세리머니를 하더니 자신도 너무 좋은지 양팔을 바람개비처럼 돌리며 좋아하는 모습이 너무 천진난만한 소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지성은 월드컵경기 연속 3골을 기록한 아시아의 최초선수가 되었다니 모든 선수가 부러워 할 만 한 선수가 되었다.
히딩크 감독의 눈에 들어 축구인생에 날개를 단 박지성 선수의 날개 짓은 17일 치러지는 아르헨티나 전에서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