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7월 둘째 주 휴일이면 바닷가나 계곡으로 떠나는 초등학교 동기 부부모임이 있다. 친구 중 한 명이 이번 모임은 서울에 있는 산을 등반해보자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우리나라의 수도인 서울은 풍수지리상 최고의 배산임수 지형이라 북한산·도봉산·불암산 등 명산이 많고, 다리에 힘 있을 때 명산에 올라 서울을 제대로 구경해 보자는 이유도 그럴싸했다. 대부분 지방 사람들이라 서울에 있는 산은 정상을 밟아보지 못한데다 마침 총무를 맡은 친구가 서울에 살고 있어 일사천리로 서울의 북단에 위치하고, 북한산과 함께 북한산국립공원에 속하는 도봉산(739.5m)으로 산행이 결정되었다.
'도봉산 백운대 북한산 서울에 가서 구경하세' 날씨가 흐렸지만 도봉산 산행은 우리 일행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가수 서수남씨와 하청일씨가 부른 팔도유람의 가사에 나오듯 도봉산을 구경하러 10일 아침 일찍 서울로 향했다. 도봉산역 앞 주차장에 도착해 차를 대다보니 옛 시인이 '푸른 하늘을 깎아 세운 만길 봉우리'라고 읊었다는 도봉산의 뾰족뾰족하게 솟은 산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휴일이라 그런지 등산로 초입부터 등산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예전 같으면 이 정도 산행은 우습게 여겼을 친구들이지만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듯 발걸음이 느리다. 인생살이 얘기하며 시간 구애받지 않고 걷는 것도 행복이지만 바람이 없는 날씨와 땀이 비 오듯 흐르는 체력이 문제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광륜사, 도봉서원, 망월암을 지나며 천천히 걸었다.
망월암 위로 올라가면 도봉산에서 가장 크다는 망월사가 가깝게 보이고, 만장봉과 자운봉도 시야에 들어온다. 중간에 대공포 진지가 있는 포대능선 구간이 도봉산 산행의 백미로 꼽힌다. 도봉산 산행은 한참동안 봉을 잡고 암벽을 오르내리는 재미가 쏠쏠하고 산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일품이라서 오랜만에 힘들게 산행을 한 보람이 크다. 날씨가 흐렸지만 도봉산 산행은 우리 일행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오죽하면 내년 모임도 서울의 명산을 등산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수도 서울의 명산 도봉산의 모습을 사진으로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