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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장 선생님, 방송국 촬영 팀이 우리 학교에 언제 오나요?"
"예? 교장 선생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우리 학교에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촬영 온다고 하던데요?"
"저는 금시 초문인데요? 누가 그러시던가요?"
"교감 선생님이 그러셔서 부랴부랴 학교를 단장했는데~~"
"아하! 제가 쓴 우리 반 아이들 이야기가 TV동화 행복한 세상에 방영된다고 말씀 드린 적은 있는데, 그게 잘못 전해진 모양입니다. 학교를 취재하러 오는 게 아니고 방송 프로그램에 방영된다고 했는데요."

지난 5월에 있었던 일입니다. 나는 가끔 사랑스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길 좋아합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다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특히 2학년 짜리 아이들의 세상은 순진함으로 꽉 차 있답니다. 그들은 꿈꾸기를 좋아하고 이야기를 좋아하며 상상의 세계와 현실 세계를 넘나드는 아름다운 생각을 언어로 보여주는 일이 참 많습니다. 이제 막 1학년 단계를 지나 글눈을 뜨고 올라와서 동화책을 즐겨 읽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한 마디씩 툭툭 던지는 언어는 시어처럼 해맑고 상큼해서 깜짝깜짝 놀라게 합니다. 동심의 세계를 가장 잘 나타내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아이들이 남긴 교실 이야기를 주워 담아 쓴 글이 채택된 원고로 인해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의 작가들과 연결되는 일은 가끔 있었습니다. 아이들 이야기가 전해져서 불우한 아이를 돕게 되거나 교단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알려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난 해에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과정에서 생긴 작은 일이 점점 커져서 행복한 사건(?)으로까지 발전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교장 선생님은 시골 학교가 매스컴을 타는 일로 생각하셔서 이왕에 학교가 알려질 텐데 학교 자랑도 할 겸, 교육청을 찾아가셔서 부탁을 하신 겁니다. 서울에서 방송국 촬영 팀이 우리 학교를 찍으러 온다는데 학교를 아름답게 도색하고 싶으니 도와 달라고 말입니다. 시골 학교다 보니 건물을 도색하려면 예산이 많이 들어서 평소에는 엄두도 못내고 몇 년씩 기다려야 예산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가 오면 새는 곳도 생기고 페인트 칠이 벗겨져서 보기 흉한 곳도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 학교를 찍는 것은 우리 교육청의 얼굴을 찍는 거나 다름 없으니 제발 학교를 도색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해서 예산을 끌어다가 학교 전체 건물을 예쁘게 도색하게 된 것입니다. 거의 한 달 이상 공을 들여 채색을 한 학교는 마치 새로 지은 집처럼 예쁘게 태어난 것입니다. 그런 영문도 모르고 곱게 단장한 학교를 보면서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좋아했습니다.

새삼스럽게 텔레비전 방송의 위력을 실감하면서도 행복한 오해로 인해 새 신부처럼 예쁜 색으로 갈아입으며 깨끗하고 산뜻하게 페인트 칠을 하고 벗겨진 곳을 긁고 다시 옷을 입혔으며 물 새는 곳까지 방수처리를 하여 그야말로 리모델링을 한 것입니다. 실외 환경과 실내 환경까지 말끔하게 거듭난 우리 학교를 보며 행복한 오해는 가끔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름다운 생각은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하기 때문에 오해까지도 아름다운 열매를 가져 온 것입니다.

다른 학교의 건물에서는 볼 수 없는 연한 녹색과 하얀 색, 군청색, 살색으로 디자인된 우리 학교의 모습은 어디서 봐도 눈에 띈답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씨앗을 품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그 아이들이 아름다운 민들레 홀씨처럼 퍼져 나가 세상을 밝히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행복한 교실 이야기를 많이 쓰고 싶습니다. 오해마저도 아름다운 학교 이야기가 세상에 넘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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