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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보니...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 했을 때는 1954년은 동족상잔의 비극적인 6.25전쟁이 휴전한 다음해 였다. 입학한 학교는 1~2학년만 있었던 분교장으로 창고 같은 두 칸짜리 건물에 바닥에는 가마니를 깔고 앞쪽 벽에는 흑판하나가 달랑 걸려있었다.

초중고와 교육대학2년을 다녔으니 14간 공부 하고 모교로 첫 발령을 받아 지난 8월 말까지 41년 6개월 동안 교직에 근무하면서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55년 6개월을 오직 학교와 집을 오가며 살아 온 셈이다.

정년을 맞으면서 가장 많이들은 말이 “서운하시지요?” 였다.
서운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한편으로 학교라는 공간을 벗어나 자연인으로 살아보고 싶은 마음도 한구석에 있었다. 지금까지 교육자의 외길을 걸으며 한우물만 파며 살아왔기에 보람도 있었고 어려움도 있었다.

한나라 때 어느 연못에 예쁜 잉어가 한 마리 살았었는데 어느 날 힘이 센 커다란 메기 한 마리가 들어와 잉어를 잡아먹으려고 했다. 놀란 잉어가 안 잡아먹히려고 도망을 쳐봤지만 당할 재주가 없었다고 한다.

죽을힘을 다해 연못 밖으로 튀어나와서 꼬리를 발삼아 초어적인 힘을 발휘해 도망을 갔는데 그때 잉어가 뛰는 걸 보기 시작한 한 농부가 잉어의 뒤를 쫓아갔는데 그 거리가 9리(九里)였다고 한다. 잉어가 멈추었을 때 그 농부는 이렇게 외쳤다. “어주구리(漁走九里)”고기가 9리를 달려왔다.

즉 연못 밖으로 나온 고기가 십리가 조금 안 되는 구리를 달려갔다고 했다는데 그 말이 전해오면서 센 발음으로 “어쭈구리”라는 말을 오늘날까지 쓰고 있다. 능력도 안 되는 이가 센척하거나 능력 밖의 일을 하려고 할 때 주위의 사람들이 쓰는 말이다. 이렇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그 어원이 있는 것인데 그 뜻을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힘이 센 메기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연못을 뛰쳐나온 잉어와는 다르게 정년(停年)으로 나왔지만 학교를 벗어나고 보니 물을 벗어난 잉어와 다름없다는 생각도 든다. 새로운 삶에 적응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다. 비교적 여유로운 새로운 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은 배우고 터득해 나가고 있다. 내 능력에 맞게 욕심 부리지 않고 그 동안 못했던 취미생활도 하면서 가족과 이웃, 그리고 사회에 작은 베풂이라도 실천하면서 또 다른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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