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값이 연일 초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무와 얼갈이 등 배추를 대신해 김치를 담글 수 있는 채소류 값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배추 값 강세로 소비자들이 배추 대신 대체재인 무나 얼갈이 등을 찾는 것도 가격을 끌어올린 원인이다. 일반 가정은 물론 급식을 하는 학교나 직장들이 비싼 배추김치 대신 깍두기와 얼갈이김치 등을 먹으면서 값이 뛰는 것이다.
이 중에 무는 신세계 이마트에 따르면 5일 현재 개당 4,150원에 팔리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1,180원)보다 251.7%나 오른 것이다. 농협 하나로클럽(양재점)에서도 무가 개당 3990원에 팔린다. 1년 전보다 219.2% 상승했다.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얼갈이는 한 단에 3,180원으로 지난해보다 194.4% 올랐다. 부추(단)와 열무(800g)도 각각 39%, 72.4%씩 상승했다.
유통업계에선 이들 역시 배추와 마찬가지로 여름철 폭염과 태풍·호우 등 이상기후 탓에 출하량이 줄어들어 가격이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가을무의 경우 날씨 탓에 주요 산지인 강원도 고랭지에서 파종과 수확이 늦어져 공급량이 급감했다.
그런데 텔레비전 뉴스 시간에 관련 자료 화면이 나오는데, 해당 마트에서 ‘무우’라는 표기를 하고 있다. ‘무’가 표준어다. 이는 준말이 널리 쓰이고 본말이 잘 쓰이지 않는 경우에는, 준말만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표준어 규정 제14항에 근거한 것이다. 이는 ‘무강즙, 무말랭이, 무생채, 가랑무, 갓무, 왜무, 총각무’라고 하듯 ‘무’라고 써야 한다. ‘기음( - 매다), 또아리 배암, 비음(설-), 새앙쥐, 소리개’ 등으로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모두 ‘김, 똬리, 뱀, 빔, 생쥐, 솔개’처럼 준말 형태로 써야 한다.
해발고도 600∼700m 이상의 지대는 여름철에도 평지와 달리 비교적 서늘하고 강우량도 많으며 일조시간이 짧아 농사짓기에 적합하다. 이 고지에서 이루어지는 농업을 고랭지 농업이라고 하고, 여기에서 생산한 배추가 고랭지 배추고 고랭지 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 ‘고냉지’라고 하는데, 잘못이다. 이는 한글맞춤법 제3장 제5절의 두음법칙과 관련된다. 즉 ‘랭(冷)’이 ‘냉각(冷却)/냉난방(冷煖房)/냉정(冷情)/냉지(冷地)/냉혈(冷血)’처럼 첫머리에 올 때는 두음법칙에 따라 ‘냉’이라고 적는다. 그러나 ‘랭(冷)’이 ‘고랭지(高冷地)’를 비롯해, ‘급랭(急冷), 소랭(蕭冷), 온랭(溫冷), 한랭(寒冷)’ 등과 같이 뒤에 온다면 본음대로 적어야 한다.
배추 값 폭등으로 대체 품목인 깍두기로 옮겨 가면서 무 값이 오르고, 서민들은 다시 총각김치를 담가 먹는다. 그런데 총각무를 알타리무라 하는 경우가 있다.
표준어 규정 제22항에 의하면, 고유어 계열의 단어가 생명력을 잃고 그에 대응되는 한자어 계열의 단어가 널리 쓰이면, 한자어 계열의 단어를 표준어로 삼고 있다. ‘알타리무’를 비표준어로 밀어내고 ‘총각(總角)무’를 표준어로 정한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개다리소반(小盤), 겸상(兼床), 고봉(高捧)밥, 단(單)벌, 양파, 윤달, 칫(齒)솔’도 마찬가지다. 이 규칙은 고유어라도 일상 언어생활에서 쓰이는 일이 없어 생명을 잃은 것은 버리고, 그에 짝이 되는 한자어만을 표준어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일상 언어생활에서 쓰이는 일이 없어 생명을 잃은 것이라는 기준은 모호한 측면이 많다. 오히려 ‘개다리밥상, 맞상, 홑벌, 뜸단지, 멧줄기, 둥근파, 군달’ 등은 우리 입에 익은 말인데 확인되지 않은 규칙에 밀려났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표준어 규정에는 앞의 항과 대립되는 규정이 있다. 즉 앞에서는 한자어를 버리지 않았지만, 제21항에서는 고유어 계열의 단어가 널리 쓰이고 그에 대응되는 한자어 계열의 단어가 용도를 잃게 된 것은, 고유어 계열의 단어만을 표준어로 삼았다. ‘가루약(×말약), 구들장(×방돌), 까막눈(×맹눈), 꼭지미역(×총각미역), 잎담배(×잎초), 잔돈(×잔전)’ 등이 표준어다.
얼갈이는 ‘논밭을 겨울에 대강 갈아엎음’이나 ‘푸성귀를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심는 일. 또는 그 푸성귀’를 의미한다. 또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심어 가꾸는 배추를 ‘얼갈이배추’라고 한다. 얼갈이배추로 담근 김치를 얼갈이김치라고 한다. 혹시 ‘얼갈이무’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사전에 없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