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와 형용사를 용언이라고 한다. 용언은 문장의 주체를 서술하는 기능을 가진 말의 집합이다. 이는 문장에서 주로 서술어가 된다. 용언은 뜻을 나타내는 ‘어간’과 문법적 관계를 나타내는 ‘어미’로 나눌 수 있다. 즉 ‘어간+-다’의 형태인 기본형을 가진 말은 동사와 형용사뿐이다. 이는 쓰임에 따라 어미가 변하므로 용언은 고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동사와 형용사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먼저 동사는 사물의 동작이나 작용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는 사람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동작 동사(가다, 오다, 노래하다, 사랑하다, 생각하다)와 자연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작용 동사(뜨다, 새다, 흐르다, 피다, 죽다, 늙다, 닮다)로 나눈다.
형용사는 사물의 성질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 이는 크게 성상 형용사와 지시 형용사로 나눈다. 성상 형용사는 성질(희다, 붉다, 깨끗하다)이나 상태(고프다, 아프다, 춥다, 싶다)를 나타낸다. 지시 형용사는 지시성을 띤 형용사로 ‘이러하다, 저러하다, 그러하다’ 등이 있다.
동사와 형용사는 이런 차이가 있는데도 구별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몇 가지 편리한 방법을 사용한다. 그 중 ‘-아라’, ‘-어라’를 붙여서 명령형이 되면 동사, 감탄형이 되면 형용사다. 즉 ‘밥을 먹다.’는 ‘밥을 먹어라.’라고 명령형이 가능하므로 동사다. 그러나 ‘하늘이 높다.’는 ‘하늘이 높아라.’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형용사다.
동사와 형용사의 대표적인 구별법은 ‘-는다/-ㄴ다’의 결합 여부도 있다. 이것의 결합이 가능하면 동사고, 말이 안 되면 형용사다. ‘그리다’는 ‘그린다’가 되므로 동사고, ‘그립다’는 ‘그립는다’가 불가능하므로 형용사다.
그런데 ‘걸맞다’라는 형용사를 자주 잘못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 경제플러스(2010년 10월 28일~11월 5일)의 ‘대우증권, 명성에 걸맞는 사회공헌 활동’이라는 표제어의 ‘걸맞는’이 그 예다. 이뿐만 아니다. 언론 매체에 오류가 자주 보인다.
○ 얼짱 초콜릿녀, 미모에 걸맞는 호화저택 화제…‘진짜집?’(서울신문, 2010년 11월 4일).
○ 개그맨 이윤석이 국민약골이란 별명에 걸맞는 마른 몸매를 공개했다(뉴스엔, 2010년 11월 7일).
○ 5년간 정부 지원금 250억원, 순천향대 의약바이오 분야 11개학과는 이런 명성에 걸맞는 맞춤형 교육으로 정평이 나 있다(한국일보, 2010년 11월 7일).
‘걸맞다’는 ‘두 편을 견주어 볼 때 서로 어울릴 만큼 비슷하다.’라는 형용사다. 따라서 ‘분위기에 걸맞은 옷차림/친구로 사귀기에 걸맞은 상대/그는 신붓감으로 집안 조건이 자기와 걸맞은 여자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우리는 서로 걸맞은 짝이 아니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라고 쓴다.
이와 비슷한 예로 ‘알맞다’가 있다. 이도 형용사이기 때문에 ‘알맞는’이라는 표기는 안 된다. ‘학생 신분에 알맞은 옷차림/빈칸에 알맞은 말을 넣으시오./나들이하기에 알맞은 날씨다./걷기에 알맞은 거리다./이 글의 제목으로 알맞은 것을 고르시오.’라고 써야 한다.
반면, ‘맞다’는 동사다. 따라서 ‘엄마는 항상 맞는 말씀만 하신다./옛날 속담이 맞는 경우가 아직도 꽤 많다./내 육감은 잘 맞는 편이다./이 책은 역사적 사실에 맞는 내용을 담고 있다.’처럼 ‘-ㄴ다’의 결합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