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겨울방학을 했다. '방학은 학교생활의 연장입니다. 규칙적이고 계획적인 생활로 부족했던 교과를 보충하고, 다양한 취미활동으로 알차고 보람 있는 방학이 되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겨울방학 생활계획에 학부모님들께 당부한 대로 방학기간 계획적이고 안전하게 생활할 것을 지도했다. 이런 날은 들뜬 아이들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며 귀담아 듣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들은 활동력이 넘친다. 교실 밖에만 내보내도 신이 나서 환호성을 지른다. 그런 아이들이 긴 방학을 맞는 기쁨을 어떻게 주체하겠는가. 방학식이 끝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르르 교실 밖으로 향한다. 텅 빈 교실을 지키고 있는데 우리 반 여자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서더니 친구들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교탁위로 편지를 내밀며 환하게 웃었다.
아이가 집으로 간 후 정성껏 눌러쓴 편지를 읽었다. 엄마와 늘 일기쓰기를 실천하는 아이라 글이 편지지를 꽉 채웠다. '이 세상 최고 선생님께', '이 세상에서 우리 마음을 잘 알아주시는 선생님께'로 이어지는 첫 부분부터 아이들을 가르치며 듣고 싶어 하던 말이 이어졌다.
'솔직히 멋있는 건 아니지만 세상 어느 연예인보다 마음에서 빛이 나와 더 멋있어 보여요. 글을 잘 쓰고 여행을 많이 다녀 이야기를 많이 해주는 선생님이 되겠어요.'라는 문장에서 아이의 문학적 소질과 꿈을 발견했다. '6학년 때 선생님과 같은 반 되어 선생님 이야기 듣기'인 소원까지 선생님을 고마워한다는 내용이라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했다.
한편으로는 아이가 쓴 편지의 내용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며 나 자신을 뒤돌아봤다. 아이와 같이 생활한 지난 1년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잘한 일보다 이것저것 관여하고 간섭하며 잔소리한 일들이 많았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래도 아이에게 정성어린 편지를 받던 날만은 누구보다도 행복했다. 이 추운 겨울 아이가 내게 준 행복을 주위 사람들과 같이 나눠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어느 세상이나 어린이는 이 세상의 꿈이자 희망이고 미래다.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사람에게는 보배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보배인 아이들이 더 행복한 세상이면 좋겠다. 편지를 준 아이가 훗날 훌륭한 교육자로 꿈을 이뤄나갈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