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고 교직원들은 수준별 교과교실제 우수학교로 선보이는 용인의 동백고를 연수차 방문했다. 말로만 듣던 교과교실제의 모습은 대학의 교실 틀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듯했다. 학생들이 교실을 찾아다니면서 수업을 받아야 하는 동적인 면과 교사는 준 연구실이라고 할 수 있는 과별 소규모 교무실이 눈동자를 놀라게 했다.
교실 곳곳에는 학생들이 학습에 필요한 다양한 교구재가 마련되어 있었고, 통로에는 학생들의 사물함이 넓게 자리잡고 있어, 한편으로는 이런 학교가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또 학생들의 쉼터로서의 역할을 하는 뜰은 아늑하게 꾸며져 있어 더욱 환상적이었다. 과별로 선생님이 모여 있어 교사들 사이에 의사소통도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고, 학습에 필요한 교구재의 활용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게 돼 있었다.
동백고가 이처럼 우수한 학교가 되기까지는 처음부터 우수한 학생들이 이 학교에 모여 들었기에 수준별 교과교실제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고 동백고 교감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그야말로 당시에는 변두리 학교여서 학생들의 수준이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서 이들을 학습에 흥미를 불러일으키도록 하기 위해서 관리자와 교사들은 하나되어 늦은 시간까지 지도하는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고 한다.
백석고 교원들이 방문했을 때는 동계방학이었는데도 교과교실제에 마련된 교사 연구실에서는 줄기차게 학습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교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학생에 대한 헌신적인 노력을 쏟아 부어 본 결과 오늘의 동백고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사실에서도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한 엄연한 진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에 일반계 고등학교가 처한 학생들의 성적 분포가 교과교실제를 만들어 성공할 수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내다보고 교과부에서는 전국 각 학교의 교과교실제를 추진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현재의 동백고와 같은 학교를 만들어 주기를 바라는 현장 교사들의 능력을 믿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가뜩이나 체면을 중히 여기는 한국의 현실에서 상중하로 나누어졌을 때 하반의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어떻게 끌어 올리느냐는 심리적으로나 학습 기술면에서나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일반고에서 행하고 있는 하반의 학생들 지도의 어려움은 그들 스스로가 학업에는 이미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데 있다. 하반을 위한 보편성 있는 교재도 없고 그렇다고 이들만을 위한 수준별 시험을 출제하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교사들의 노하우는 극도로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교과교실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행정적인 지원도 물론 있어야 하겠지만 중학교 단계에서 고등학교 진학시 인문계와 전문계 및 대안학교 진학으로 갈 수 있는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교과교실제의 편리함은 교사나 학생 모두 공감하는 사실이다. 더욱 안락하고 더욱 전문화된 수업을 받는 것을 부인할 자는 없기에 하루빨리 교과교실제에 어울리는 교재 개발과 교사의 전문화 연수, 학부모의 의식 전환이 조속히 뒤따라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