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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그대를 사랑합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영화관 맨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 영화 관람을 했다. 동탄 신도시 근처에 사는 막내딸이 출산한지 한 달이 다되어 외손자를 보러갔는데 인근에 사는 큰딸이 점심을 사주고 영화 관람 표를 예약했다며 8관으로 떠밀려 입장하였다. 극장도 현대화되었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에 소형으로 여러 개의 영화관 중에 선택하여 영화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는 것 같았다.

영화 제목은 만화가 강풀 원작의 '그대를 사랑합니다'였다. 눈 내리는 새벽 골목길에서 전처가 세상을 떠나기 전 먹고 싶어 하던 우유를 줄 수 없었기에 아침마다 오토바이를 타고 우유를 배달하는 가슴 따뜻한 노인(이순재)과 혼자 살며 리어카로 박스를 주워다 파는 할머니(윤소정)가 새벽마다 만나서 일어나는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급한 성격으로, 거친 말을 사용하여 괴팍해 보이기도 했지만 어느덧 자주 만나다보니 정이 들어 노후에 친구처럼 좋아하는 감정이 싹튼다.

고령사회에 노인문제를 다룬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였다. 가장 많은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 장군봉(송재호)씨와 그의 아내(김수미). 치매에 걸린 아내를 애타게 찾으며 이리저리 숨차게 뛰어다니다 그녀를 발견하곤 덥석 끌어 안아주고는 업고 돌아가며 보살펴준 김만석(이순재)에게 몇 번이고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이 남자, 그를 지켜보며 송씨(윤소정)가 말한다. "저렇게 늙고 싶었는데…" 그 말에 관객들은 공감하였으며 애잔하고 씁쓸한 기분을 어찌할 수 없었다.

자식들을 모두 불러놓고 "다 당신이 배 아파서 낳은 자식들이야, 많지… 고생 많았어. 당신…" 자식들을 돌려보낸 후 방문의 모든 틈을 테이프로 밀봉하고 난 후 약을 갈아서 아내에게 먹이며 울먹이는 장면, 아내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차마 못보고 문 밖에 주저앉아 "울지 마라, 네가 울면, 나도 운다"라며 울먹이는 장면과 함께 눈물이 마를 수 없게 만들었던 장면은 관객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였다. "당신 차~암 예쁘다. 난, 다시 태어나도 당신을 사랑할거야, 당신도 그렇지?" "난 받기만 했는데, 어떻게 또 그래요."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장면이다.

나이가 들어도 우정이나 의리로 사는 것이 아닌, 정말 죽는 날까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살았던 그들의 삶에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자식들은 모두 자라 나가 사는데 두 노인이 자식의 보살핌도 없이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의 앞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찡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옆에 앉은 아내는 손수건을 꺼내서 눈물을 훔쳐내고 있었다. 점점 사라져가는 효문제를 자녀들에게 바랄 수 없는 시대를 작가는 그려낸 것 같다. 치매를 앓는 아내를 정성껏 돌보는 노인의 아내사랑은 지극 정성이었다.

한쪽이 병든 노부부와 홀로 된 영감과 할머니가 노구(老軀)를 이끌고 돈 버는 일을 하면서 서로 의지하면서 서로 존중해주고 친구 같은 정을 나누며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까지 아름다운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장면도 돋보였다. 김만석과 장군봉은 서로 가까이 지내다가 친구가 되어 끝까지 우정을 지켜주는 모습도 참으로 보기 좋았다.

이 영화는 노인영화라서 흥행에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는데 한국영화 1위를 차지하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노인이 귀찮은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다. 그 동안 우리사회를 위해 자녀를 위해 희생을 감수한 세대인 노인들이 노후를 아름답게 보낼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할 것이라는 시사점을 안겨주는 감동이 있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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