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11시. 대전시 태평동 유등천체육공원. 빨간 유니폼을 입은 주부들이 이리저리 굴러가는 축구공을 쫓는다. 뙤약볕 아래서 대전조기축구회 원로회팀과 공격과 수비를 거듭하며 경기에 몰두하는 이들은 대전YMCA 주부축구단.
2대1 패스, 센터링으로 호흡을 맞추며 전후반 50분 경기를 거뜬히 해내는 주부들. 검게 그을리고 상처 투성이인 팔다리가 그동안의 훈련과 숱한 경기를 짐작케한다. 오늘 경기결과는 2대1. 진 것보다 아직도 팀웍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패인을 분석하는 이들.
그 누구보다 축구를 사랑하는 주부들로 뭉친 대전YMCA 주부축구단은 지난해 6월 탄생했다. 2002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와 여성축구의 활성화를 위해 민간단체로는 처음으로 창단한 여성축구단이었다.
현재 축구단원은 25명. 평소 헬스나 에어로빅은 해봤지만 축구는 해본 경험이 없는 순수 아마추어들이다. 30대에서 40대 초반의 연령대인 이들은 전업주부에서 식당주인, 하숙집 아줌마, 우유대리점 주인에 이르기까지 직업도 다양하다.
하지만 축구의 매력에 푹 빠져 사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 30, 40대 인 이들에게 축구는 일상사에 대한 탈출과 새로움에 대한 도전을 가능케하는 통로다. 건강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일 뿐.
박종임(42)씨는 "뭔가 새로운 운동을 해보고 싶어 가입했다"며 "매주 축구화를 신고 넓은 운동장을 달리는 일이 무엇보다 신나고 생활에 활력이 붙는다"고 자랑했다.
주부축구단은 매주 화, 토요일마다 이곳 체육공원에서 연습을 한다. 삼복 더위에도 연습을 빼먹는 일은 없다. 운동장을 돌며 기초체력을 다지고 패스, 킥, 드리블 요령, 수비방법 등을 배운다. 격주 화요일에는 대전 조기축구회 원로회팀과 정기적으로 경기를 갖고 실전감각을 익힌다.
지도를 맡고 있는 김병동(대전YMCA 사회체육부장)씨는 "주부님들이 몸을 사리지 않을만큼 열심"이라며 "실력도 많이 향상돼 경기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또 대전YMCA주부축구단은 2002월드컵을 홍보하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밭경기장에서 프로축구 경기가 열릴 때마다 이들은 관중석을 돌며 '클린(clean) 월드컵' 캠페인을 벌인다.
경기전과 휴식시간을 이용해 피켓을 들고 '깨끗한 월드컵을 치르자'며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 덕에 가족과 함께 프로축구 경기를 매번 볼 수 있는 재미도 생겼다.
주부축구단은 올 10월에 있을 '대전 광역시장배 주부축구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맹연습 중이다. 이들의 활동에 자극받아 대전에만 5개의 여성축구단이 결성될 예정인데, 이번 대회를 통해 여성축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작정이다.
손혜미(36)씨는 "축구를 통해 건강도 좋아지고 생활에 즐거움도 찾게 됐다"며 "많은 여성들이 국내축구에 관심을 갖고 생활체육으로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