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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과서에 얽힌 추억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교과서는 뗄 수 없는 동반자였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약 이십 리 산길을 따라 학교까지 가는 동안 등에 둘러 멘 책보 안에는 어김없이 달그락 거리는 도시락과 김칫국물에 얼룩진 교과서가 들어있었다. 검정 고무신에 무거운 책보를 메고 학교에 도착하면 배에서는 ‘꼬르륵 꼬르륵’ 소리가 났었다.

교과서는 당시 목숨과도 같은 소중한 존재여서 책보를 신주단지 모시듯이 등에 메고 다녔다.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농담 한마디까지 주의 깊게 들어야만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도록 시험에 교과서 내용을 근거로 문제를 출제하셨다. 따라서 누가 선생님의 말씀을 한 마디라도 빠뜨리지 않고 잘 기록했느냐가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관건이 되었다.

당시 우리 반 친구들은 선생님 말씀을 교과서에 꼼꼼하게 기록했는데 중간고사 날짜가 발표되어 막상 국어 교과서를 펼쳐보니 내가 적은 내용들이 너무 빈약했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국어 교과서를 빌려달라고 통사정을 했지만 거절을 당해 며칠간 그 친구와 이야기도 않았다. 지금이야 아름다운 추억거리로 기억되지만 당시에는 그 친구가 야속하기만 했었다. 그 사건 후 수업시간이면 교과서에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기록하는 습관이 생겼다.

또한 교과서에 정성을 들이면 공부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미신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교과서를 포장지로 싸고 비닐 커버를 입히고 예쁜 스티커를 붙였던 기억도 있다. 지금의 교과서는 삽화도 많이 있고 색상과 디자인이 매우 세련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그렇지 못했다.

교과서에 공을 들이는 노력과 함께 공부를 잘하는 선배님들의 교과서를 물려받으면 공부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성적이 우수한 선배의 책을 빌려서 밑줄을 쳤거나 학습에 조그만 단서 하나라도 남겼으면 그것을 중심으로 공부를 하였다. 

요즈음 아이들은  내가 '새교과서가 언제 나올까?’ 잔뜩 기대했던 내 모습과는 달리 그리 흥미도 호기심도 없는 것을 보면 조금은 안타깝기만 하다.

지난 번, 수업 연구를 하면서 좀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역할놀이 모형을 적용한 도덕 수업이었는데 수업자인 내가 도덕 교과서의 일부 내용을 아이들에게 읽혔다고 어느 선생님께서는 도덕 수업이 무슨 읽기 수업이냐며 도덕 수업은 교과서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식의 주장을 하셨다. 물론 그 분은 나름대로 교과서의 내용을 재구성하여 제시할 것을 그런 식으로 말씀하신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교과서는 어디까지나 나름대로의 소중한 가치가 있으며 배가 바다를 항해할 때 등대가 필요하듯이 교과서는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학창시절에는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교과서 유치경쟁까지 벌였지만 지금은 학생들이 교과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높은 학업 성취를 할 수 있도록 잘 조력하는 교사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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