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방학 중이라고? 아니다. 몇몇 교장들이 욕보이는 뉴스를 만들어내며 학교를 조롱거리로 만들었다.
‘교육업체와 학교장의 검은 유착, 방과후학교 관련 사업권을 놓고 뇌물 잔치를 벌인 교육업체와 초등학교 교장들이 덜미를 잡혔다.’
TV와 라디오의 톱뉴스, 인터넷의 머리글자가 다 교육계의 부조리를 탓한다. 뉴스에 의하면 돈을 받아 챙기고 편의를 제공한 전현직 초등학교 교장 16명이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500만원에서 2000만원씩 돈을 건네받았다는 혐의다. 사교육비 절감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한 방과후학교에 금품로비가 웬 말인가?
대낮 시청사 안에서 관련 업체 직원에게 현금(500만원)을 받다가 국무총리실 감찰반에 적발되어 현행범으로 체포된 공무원에 관한 소식이 함께 전해졌지만 학교의 관리자인 교장들의 부도덕성에 관한 얘기라 차원이 다르다. 교장 자리는 돈의 유혹에 넘어가도 될 만큼 낮은 자리가 아니다.
교육이 무엇인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 습득에 앞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분별하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다. 그래서 남을 가르치는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사람다운 사람은 본능이 아니라 이성에 따라 행동한다. 교육을 하는 곳이 학교다. 학교의 장이 본능에 따라 행동한다면 교육 전체가 불신 받는다.
상대방에게 감사와 정성을 담아 마음의 표시로 전하는 게 선물이다. 사사로운 일에 이용하기 위하여 어떤 직위에 있는 사람을 매수하려고 건네는 부정한 돈이나 물건이 뇌물이다. 마음을 담았더라도 공무원에게 주는 선물이 3만원을 초과하면 뇌물이 된다.
작년 시내로 학교를 옮긴 후 지금까지 두 번 선물을 받았다. 올해 2월 종업식을 하던 날 한 부모가 아이를 통해 선물을 보내왔다. 별 뜻 없이 받아놨기에 오후에야 제과점 빵이라는 걸 알았다. 아이들이 하교한 후 평소 도움을 주는 행정실 사무원에게 ‘자모가 보내온 것인데 맛있게 잡숴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빵을 보냈다. 그리고 몇 분 후 상품권이 들어있어 빵을 먹지 못한다는 연락이 왔다.
자모에게 전화해 확인해보니 행정실에서 연락받은 대로 상품권을 보냈단다. 마음으로 받은 성의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뜻을 전하며 아이를 학교로 보내라고 했다. 자모는 학기 초 같으면 잘 봐 달라는 뇌물이지만 학기 말 1년 동안 잘 가르쳐줘 보낸 선물이라 되돌려 받을 수 없다며 아이를 보내지 않으려고 했다. 할 수 없이 행정실에 불법기부금품으로 접수한다고 하자 아이가 학교로 달려와 해프닝이 끝났다.
올해 5월 수업을 참관한 자모가 음료수를 놓고 갔다. 무심코 받았기에 고맙다는 인사말도 못 전했다. 오후에 동료 직원들과 음료수를 나눠마시려다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해 고맙다’는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상품권을 발견했다.
자모는 자기 자녀가 일반 아이들과 다르게 행동한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아이도 학기 초와 달리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다툼을 줄였다. 또 자모에게 성의만으로도 고맙다는 전화를 했다. 다음날 내 글이 실려 있는 책속에 상품권을 넣어 아이 편에 보냈다. ‘좋은 뜻이었는데 오히려 선생님을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메시지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선물과 뇌물의 한계를 구분하기 어려운 세상이라 학부모에게 선물을 받으면 참 곤혹스럽다. 내가 받았던 두 번의 선물사건을 감찰반이 현장에서 목격했다고 가정해보자. 빵이나 음료수 상자에 선물의 한계를 넘어선 상품권이 들어있는 줄 몰랐다고 항변한들 누가 인정할까. 돈이 뭐라고…. 돈 몇 푼에 일평생 쌓은 인격과 명예를 날릴 수 없다. 누구나 돈이 깨끗해야 인격적으로 존경받는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만든 흙탕물이 아니다. 16마리가 교육계 전체를 검은 먹물로 만들었다. 업체에서 돈을 챙겨 교육계를 욕먹게 한 교장들에게 같은 교육자로서 회초리를 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