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오세아니아 여행 마지막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갔다.
하루 전에 묵었던 와이푸나호텔이라 한 번 더 주택가를 돌며 바닷가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지켜봤다. 아침 운동을 하거나 하루를 시작하는 하는 모습, 녹색 정원이나 큰 나무가 서있는 주택 등 보면 볼수록 복지제도와 기부문화가 정착된 나라다. 가운데가 뚫린 전봇대가 맑은 하늘과 어우러지며 주택가에 길게 늘어선 모습도 인상적이다.
바닷가로 나가면 오클랜드가 왜 요트의 도시인지 알게 된다. 모터보트가 실린 자동차가 주차된 주택들이 많다. 요트들은 물가에 세워진 채 이른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저 많은 요트들이 물위에 떠있으면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울까를 상상하며 호텔로 갔다.
아침을 먹고 오클랜드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뉴질랜드의 풍경들은 수수해서 정감이 간다. 흙을 파내고 있는 공사 현장도 보인다. 어느 세상이든 속 내용을 알고 보면 사는 모습이 비슷하다.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던 풍경이 이제 평범해 보인다.
가이드는 마지막까지 하나라도 더 알리면서 깨우쳐주려고 노력했다. 겨울철은 해가 일찍 넘어가지만 여름철에는 일몰 시간이 9시 이후라 퇴근 후 골프장에 간다. 가정위주의 생활이라 늦은 시간에는 돈 가지고도 먹을거리 사먹기가 쉽지 않다. 뉴질랜드의 방문목적을 관광이라 하지 말고 6.25 참전국인 우방국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 왔다고 하면 이곳에 사는 교민들의 위상까지 높아진다. 왜 외국에까지 여행나온 아이들이 장난치고 소리 지르며 난장판을 만들어 눈총을 받느냐. 여행 온 사람들이 질서만 잘 지켜도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자동차 값이 저절로 올라간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감상하며 뉴질랜드에서 봤던 것들을 떠올렸다. 이곳에서도 전자제품이나 자동차는 물론 타이어까지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세계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자동차를 구경하다 바퀴 두 개가 모두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인 것을 발견했다. 일본차가 많지만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판매점이 중심가에 있다.
지구상에 단 하나 남았다는 녹색의 땅 뉴질랜드는 평화의 나라다. 끝없이 펼쳐지는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떼와 사슴들이 평화로워 보인다. 이 꿈의 나라에 6000만 마리의 양과 7백만 마리의 사슴이 자라고 있다. 그래서 양고기와 사슴고기로 만든 음식이 많다. 사슴뿔 녹용이 귀한 약재인 우리와 달리 고기만 식용으로 사용한다. 무엇보다 국민의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곳에 우리나라 관광객이 늘어나며 사슴과 관련된 약품이 많아졌다.
도심에서 21㎞ 떨어진 오클랜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오클랜드국제공항주식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오클랜드국제공항의 약어는 AKL이다. 세계 최초로 비행장 운영에 대한 국제표준화기구(ISO) 9001 인증을 받고 '에어 엑스포(Air Expo)'를 개최한 비행장에 걸맞게 외관이 아름답다. 이륙시간을 기다리는데 외국인이 안은 아이가 '엄마'를 외치며 운다. 옆에 서있는 아이의 엄마가 한국인이다. 외국 공항에서 엄마 소리를 들으니 반갑다. 10시가 넘어 대한항공 여객기가 인천국제공항을 향해 이륙했다.
대한항공은 기내서비스가 좋아 시시각각으로 비행 일정을 알려준다. 음료수-차-식사-차-음료수-식사-차-음료수. 기내에서 대우받으며 먹다 자다를 반복한다. 어느 덧 일본을 지나 우리 영해로 들어섰다. 아침에 오클랜드국제공항을 떠났는데 착륙 직전 창밖으로 붉게 물든 석양빛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우리의 흙 냄새가 최고다. 여행 다녀올 때마다 '우리 것은 다 좋은 것이여'를 느낀다.
세상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눈이나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봐야 한다. 도회지나 관광지의 모습은 물론 이면에 있는 것들을 알아보느라 부지런했던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