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여유를 누리는 것도 삶의 활력소다. 복잡한 도심과 찌든 일상을 벗어나는데 섬 산행만한 것도 드물다. 산 위에 오르면 작은 포구와 먼 바다가 만든 풍경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삶의 의미까지 찾아내면 일석이조다.
통영에는 유명한 섬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우도와 욕지도 사이에 있는 연화도이다. 통영항 남쪽 24㎞ 해상에 위치한 연화도는 도를 닦다가 숨진 연화도사를 바다에 수장하자 한 송이 연꽃으로 피어났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애달픈 전설과 순진한 섬사람들이 연화도를 무욕의 섬으로 만들었고 해안 풍경이 아름다운 용머리는 통영 8경으로 절경을 자랑한다.
지난 10월 9일, 몽벨서청주 산악회원들이 연화도에 다녀왔다. 5시 30분, 몽벨서청주점을 출발한 관광차가 산청휴게소를 거쳐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통영에 도착했다. 통영항여객터미널에서 연화도와 욕지도를 오가는 정기여객선이 출항하자 가까운 바다에서 새로운 풍경들이 맞이한다. 갑판에 올라 스쳐지나가는 멋진 풍경들을 감상하다 10시 50분경 환상의 섬 연화도에 발을 디뎠다.
여객선에서 내리면 연화도관광안내도와 연화마을 표석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오른쪽으로 가면 만나는 정자 옆 산길이 초입이다. 산행을 하다 뒤돌아보면 선착장이 있는 연화리와 앞바다의 풍경이 아름답다.
숲길을 지나 낮은 산등성이에서 오른편을 바라보면 욕지도가 가깝다. 한적하고 조용한 섬이라 가족들과 천천히 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산위에서 고삐에 매인 소를 만난다. 작은 섬에서 본 소똥은 느낌도 다르다.
세상사를 얘기하며 숲속의 경사진 계단 길을 오르면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연화봉(해발 212m) 정상에 해수관음보살상 아미타대불과 팔각정자 망향정이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면 망망대해와 한려수도의 작은 섬들이 그림 같다.
정자가 만든 그늘에서 먹는 점심이 꿀맛이다. 마음이 통하면 굳이 내 것 네 것 구분하지 않는다.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나눠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정상주 한 잔 마시고 산 아래를 내려다보면 세상이 다 내 것이다.
표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고 뒤편을 내려다보면 용이 대양을 향해 헤엄쳐 나가는 모습을 닮은 용머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용머리 해안의 풍경이 연화도 최고의 볼거리다. 연화봉 정상부터는 조망이 좋은 등산로가 이어진다.
용머리 방향으로 내려서 보덕암으로 가다보면 산중턱에 사명대사와 연화도인들이 수도했다는 토굴이 있다.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나라와 이상향을 가리키는 말이 유토피아다. 사명대사와 연화도인들은 이곳에서 유토피아를 꿈꿨을 것이다. 산행을 하며 욕심을 버리는 만큼 유토피아가 이뤄진다는 걸 깨우친다. 2004년 11월 낙성식을 했다는 보덕암은 용머리 해안이 바라보이는 바닷가의 깎아지른 절벽 위에 있다.
길 아래편의 보덕암을 구경하고 다시 등산로를 따라가면 오층석탑이 서있다. 어느 곳으로 눈길을 주던 용머리 해안과 기암괴석들이 만든 아름다운 풍경이 함께해 산행이 즐겁다. 대바위 방향으로 내려와 동두마을을 먼발치로 구경하고 연화사로 갔다.
연화사는 1988년 8월 고산 스님이 창건한 사찰로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에 들어서면 대웅전이 맞이한다. 규모가 작지만 아담하고 조용해서 정이 간다.
연화도에서는 제법 큰 건물인 원량초등학교 연화분교장을 구경하고 선착장으로 갔다. 마을 어르신들이 선착장 옆 마당에서 건어물을 판매한다. 팍팍하고 여유가 없는 게 단체여행이지만 늘 인정이 넘치는 몽벨서청주점 신광복 사장은 개인여행처럼 자유롭게 운영한다. 회원들과 신 사장이 슈퍼에서 사온 맥주를 마시며 갈증을 풀었다.
연화도 선착장을 출항한 여객선이 통영을 향해 바닷길을 연다. 저녁나절의 바닷가 풍경이 아름답다. 통영의 횟집에서 회원들과 소주잔을 주고받으며 정을 나눈 후 청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