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방송과 신문 등 언론은 장세환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일제히 보도했다. 특히 지방지의 경우 1면에 관련 기사를 배치하는 등 대서특필하는 모양새였다. 그만큼 장세환 의원의 불출마선언은 충격적이었다. 뉴스거리였다.
1988년 13대 총선이후 공천이 당선이나 다름없는 호남에서 처음인 민주당 장세환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두고 시민단체 등 지역정가에선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와 달리 장세환 의원의 지역구인 전주완산을위원회는 도의회에서 ‘불출마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돌이켜보면 장세환 의원의 지난 4년간 의정활동은 여느 국회의원같지 않았다. 사직서 제출과 삭발투쟁, 그리고 마침내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이어졌다. 선명한 개혁성과 투사로서의 이미지에다 기득권 포기 등 자기희생도 감수하는 ‘통 큰’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남겼을 법하다.
그러나 장세환 의원은 이제 겨우 초선일 뿐이다. 19대 총선 승리와 대선에서의 정권교체를 위해선 야권 통합이 거스를 수 없는 대명제이긴 하다. 그 과정에서 물갈이 등 인적 쇄신의 절실함 또한 사실이다. 그럴망정 장세환 의원이 거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게 중론이다.
장세환 의원은 민주당전당대회 폭력사태와 각종 법안 날치기를 보며 “국회의원으로서 부끄럽고 자괴감과 무력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모르고 18대 국회의원이 되었단 말인가? 최루탄까지 터지는 ‘막장국회’라지만, 엄밀히 따져 그것은 야당의원들의 잘못이 아니다.
툭하면 세대교체론, 물갈이 어쩌구 하는 것도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의 입방정일 뿐이다. 방송법, 한‧미 FTA 등 모든 방면 역주행이 큰 흐름인 이런 정국이라면 누가 야당 국회의원이 되어도 자괴감과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총선 당시에도 물갈이, 세대교체론 등이 요란벅적지근했다. 많은 현역 의원들이 공천을 받지 못했고, 새 인물로 선거가 치러졌다. 다시 4년 만에 그들을 물갈이해야 한다는 것이 민심이라 말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가령 LH문제만 해도 그렇다. ‘불통정권’이 힘을 써 밀어붙이기로 작정한 걸 지역구 국회의원 몇 명이 나선다고 막아질 일이 아닌 것이다.
장세환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야권통합의 성공적 완결에 불쏘시개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심정으로 불출마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의원으로서 처음이라는 상징성 때문 3선이상이거나 고령의 다른 의원들을 압박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을 왜 초선인 장세환 의원이 쏘아 올려야 하는지 의문이다.
장세환 의원의 불출마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사실은 당장 공천과정에서의 혼란과 정치판 이전투구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란 점이다. 누가 19대 국회의원이 되어도 4년 후엔 다시 물갈이니 세대교체 따위 분위기가 재현될 것이란 점이다. 장세환 의원의 불출마가 너무 성급했거나 씁쓸하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한편으론 장세환 의원의 그런 결단의 용기가 부럽기도 하다. 필자는 1999년 이후 6권의 비판적 산문집을 펴내는 등 ‘지랄 같은’ 교육현실에 분노하고 절망하면서도 아직까지 교단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말할 나위 없이 ‘그놈의’ 현실이 걸리적거려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