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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사는 우울하다

계절의 여왕 5월이건만 교육계는 편치 않다. 학교폭력과 이에 연관된 사건으로 연일 시끄럽다. 대한민국의 교육이 엇나가도 한참 엇나간 듯함을 지울 수 없다.

여기에는 먼저 학생들의 정서가 황폐해진 것이 한몫을 하고 있다. 요즘 학생들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또 그만큼의 시간을 학원에서 보내야 한다. 부모가 맞벌이라도 되면 밤까지 학원을 전전한다. 생활이 팍팍해지니 또래집단과 공감하고 소통할 여유가 없다. 그러니 학교에 오면 장난으로 스트레스를 풀려 한다. 그런데 그 장난에서 배려와 나눔은 찾아볼 수 없고 짜증만 나니 싸움이 일어나고 시비가 붙는다. 학부모들까지 이것을 중재하지 못하고 더 큰 다툼이 되고 이를 해결하느라 학교가 시끄럽게 되고 만다.

학교폭력이 커지면서 그 피해는 학생에게 돌아가고 있다. 정신적, 인격적 미성숙 단계인 학생들에게 책임과 의무는 없고 왜곡된 권리만으로 불량한 행동을 일삼는다. 자기보다 물리적으로 약한 아이들에게 금품을 갈취하고 몸싸움을 하는 끝없는 괴롭힘이 일어난다. 바쁘다는 핑계로 학부모도 자녀의 심리를 파악할 겨를이 없고 점수에만 촉각을 세우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들의 감성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조금만 힘들어도 참지 못한다. 옳지 않는 일인 줄 알면서도 참지 못해 일단 저지르고 본다. 내가 괴로워 남을 괴롭히는 꼴이 된다. 연쇄적인 괴롭힘은 결국 비극으로 이어진다.

다음은 학부모의 태도이다. 예전과 달리 학부모는 학교와 교사를 지배하려 든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가르치려 한다. 영리추구의 학원이나 방문교사처럼 학교 역시 개인 취향에 맞추어야 하고 교사는 고용인쯤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학교는 한 두 아이를 위한 학교가 아닌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지, 아니 어쩌면 알고 있으면서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해서인지 모르겠다. 어느 게그 프로에서처럼 ‘어른’은 없고 ‘어른이’만 있어서일까?

학년 초부터 학부모는 아이가 있어도 거리낌 없이 ‘너희 선생은 학교에 관심이 없나 보다’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학교에 와서 우리 엄마가 그렇게 말했다고 이른다. 어떻게 그렇게나 빨리 간파하는지, 그렇게 선견지명이 있으면서 자기 아이가 학교에서 그대로 말한다는 사실은 모른다. 교육적 측면으로 아이 앞에서만큼은 가려서 말하는 의식도 실종된 지 오래다. 무식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학력 대졸에 번듯한 직업을 갖고 있는 부모다. 아이는 보는 대로 배운다. 자기 부모가 교사를 우습게 아니 학교에 와서 무얼 배워갈 것인가?

그리고 아이가 조금만 다쳐도 학교를 걸고넘어진다. 주의산만한 자기 아이로 인한 경미한 상처도 사진까지 찍어놨다고 협박하면서 시시콜콜 모든 것을 보고해주길 강요한다. 그래도 교사는 할 말이 없어야 하고 죄송하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부기관이나 인터넷에라도 띄울까봐 전전긍긍해야 하니 말이다.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아무도 교사의 입장에 서는 이가 없음을 교사와 학부모는 이미 알고 있다. 그렇게 의기양양하게 학교를 드나들며 간섭하고 험담한다. 그런 것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은 엄마 말은 무서워하면서 교사 말은 안 듣는다. 그 아이 눈에는 엄마가 더 높으니까.

마지막으로 교권 추락과도 무관하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학생인권은 수없이 들어왔지만 교사인권은 말하기도 어색하리만치 멀어져 가고 있다. 예전과 달리 교대와 사대에 들어가서 임용고시에 합격이라도 하면 집안의 경사요 교사 사위, 며느리를 보면 이 또한 자랑거리다. 내 자녀가 교사되기를 바라면서 그 자녀의 학교와 교사에 대한 시각은 별개이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교육정책의 그림자가 교사를 숨죽이게 하고 있다. 총알 없는 총대를 메고 전쟁터에 나가 있는 기분이라고 할까? 학생이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든, 교사에게 욕을 하든, 심지어 폭행을 하더라도 경고나 몇일 등교정지면 그만이다.

이제 학생은 교사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교사는 학생을 체벌할 수 없음을 세상이 알고 있으며 그것으로 학생은 기고만장이다. 아예 어깨를 들이밀며 때려보라고 야유를 한다. ‘선생님은 우리를 안 때린다’와 ‘못 때린다’의 차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네들은 시험삼아 대들어도 본다. 그렇지만 교사도 ‘생활인’이라 목 내놓고 교육할 수 없는 일 아닌가!
이래저래 무장해제당한 교사들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권이 바로 서지 않으면 학습권 또한 보장될 수 없음이니 진정한 피해자는 우리 교사가 아니다.

교사는 이제 학생과 학부모와 세상의 눈치를 보며 살고 있다. 학부모가 교사를 관리하고 학생이 교사를 저울질 하는 시대에 있으니까. 아직 몇 십 년을 더 버텨야 하는 새내기 교사들이 가여울 뿐이다. 작금의 교육현실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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