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11일 오후 2시 서울 시청 앞 광장에는 건국 이래 최초로 전국의 교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대규모 추모대회를 가진다.
고 서승목 교장의 추모행사와 학습권 수호 결의대회를 겸할 이 자리에는 1만 3000여명의 교장들과 자발적으로 참여할 교사, 학부모들까지 합하면 2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회의 중심에는 전국 국·공·사립 초·중·고교장회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상진 교장(서울 대영고)이 있다.
대회준비에 여념이 없는 이상진 교장을 지난달 30일 대영고 교장실에서 만났다. 교장실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행사 관련 서류더미와 수시로 걸려오는 행사문의 전화벨 소리로 마치 결전을 앞둔 전투사령부를 방불케 했고, 이 교장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전교조의 행태가 "잠자는 공룡을 흔들어 깨웠다"고 말했다.
-대회를 하는 이유는?
"거리로 나가서 데모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동료 교장의 죽음을 추모하고, 학습권을 바로잡기 위해 결의하는 대회이다. 그동안 교장들이 전교조에 밀리고 문제가 있어도 은폐해왔지만 이번 대회를 계기로 힘을 얻게될 것이다. 정부에 대해서는 법을 지키는 풍토를 조성하라고 강력히 요구할
계획이다."
-이번 대회에는 교장들만 참여하나
"교장들만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교사와 학부모들이 있다면 말릴 수 없는 것 아닌가?"
-전교조에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여태까지의 문제점은 덮어두고 앞으로 손을 맞잡고 학습권 보호에 앞장서자고 제안할 것이다."
-전교조가 서 교장 자살을 사유서 때문이라고 강변하는데.
"언론에 보도된 정황을 보면 전교조의 압박으로 돌아가신 걸로 생각된다. 사유서 쓰라고 해서 죽었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전교조는 잘못했다고 말해야 한다. 하지만 여태까지 한번도 사과한 적이 없다. 이것은 인륜적인 면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번 기자회견서 전교조의 반미교육을 문제 삼았다. 평화교육은 필요한 것 아닌가
"필요하다, 하지만 내용과 절차가 문제다. 대통령도 (반미교육에 대해) 과장되게 반응해서는 안된다는 식이니…교육부는 문제의 본질을 모르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학습안을 결재받으라는 것은 이미 하달된 내용이다, 그러나 전교조 교사들이 결재받기를 거부하고 있다. 앞으로 결재를 받으려는 교장과 거부하려는 교사들로 학교 현장은 또 다시 싸움이 일어날 것이다. 전교조는 계속 반미교육해 왔다. 20∼30대의 젊은 전교조 교사들의 반미의식은 80년대의 전교조 교사들에 영향받은 바 크다."
-근본적인 대책이란
"법대로 엄격하게 처리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교원양성·임용과정을 고쳐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을 교사로 뽑아야 한다."
-지금 전교조에서 교장선출보직제를 주장하는데.
"교장은 학식과 덕망을 갖추고 지역사회와 교류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노조위원장이 학교를 경영할 수는 없다. 전교조로 인해 지금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들이 학교를 지배하고,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인터뷰 말미에서 이 교장은 "이번 대회에서 교장들의 결의가 전국 학교에 파급돼서, 학교교육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