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전담하고 있어서 다른 담임들에 비해서 시간의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래서 난 일과 중에 이비에스 교육 방송을 들을 수 있는 행운을 가진 교사다.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서 듣게 된 방송이지만 방학을 이용해서 이비에스를 하루 종일 듣다보면 매일매일 한권의 고급스런 잡지를 읽은 것처럼 마음이 부자가 된 느낌이 든다. 이 책도 이비에스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5년 전인지 4년 전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매일 2시부터 3시까지 이비에스에서 진행되는 ‘책만세’ 라는 프로에서 알게 된 책이다. 이 프로는 매일매일 다양한 분야의 책을 소개해주는 그런 프로다. 이 책의 진행자는 이 책을 소개시켜 주면서 이 책은 초등학교 교사보다는 대학 교수들에게 더 많은 교수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책이라고 했다. 나는 이 멘트를 들으면서 ‘ 누구에게 라고 딱 못박을 건 그 무엇도 없다. 단지 내가 어떤 관점으로 접근할 것인가가 문제지 ‘ 라고 생각하며 이 책을 사서 읽어보았다.
과연 이 책은 나에게 교사로서 멘토의 역할을 제시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소중한 책이었다.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 나간 곳이 한 페이지 안에서도 5-6문장을 훌쩍 넘어섰다. 교육이란 화두는 그만큼 우리에게 식상하리만큼 회자되는 이야기인고로,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느꼈던 교육에의 새로운 관점과 교사로서 내가 느꼈던 나의 교육 현장을 이야기하면서 이 책의 내용을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정리해보고자 한다.
좋은 교육자의 가장 기본 요건은 배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한다고 한다. 난 이 책에서 배움과 교육이란 것에 대해 그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명쾌한 해답을 얻었다.
첫 번째, 교육과 교육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받았다. 하버드 대학교 화학과 교수 D. 허슈바흐 교수는 교육받았다는 것은 무엇을 얼마나 배웠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이 바뀌었느냐하는 것이다 라고 말하면서 교육의 주된 역할은 배우려는 의욕과 능력을 몸에 심어주는데 있으며 배운 인간이 아닌 계속 배워 나가는 인간을 배출해야 하며 인간적인 사회란 조부모도, 부모도, 아이도 학생인 배우는 사회라고 말하고 있다.
두 번째, 좋은 교사에 대한 정의였다. 좋은 교사란 끊임없이 공부하는 교사, 학생을 위해서 자기 시간을 늘 비워두고 준비하는 교사. 이런 정의는 그동안 수없이 들어왔던 이야기였지만 내가 새롭게 좋은 교사의 조건으로 감명깊게 읽은 부분은 벤터빌드 의과 대학교 재닛 노던 교수의 교수업 이었다. 그녀는 의과 대학 학생들에게 휴먼 스토리 수업을 도입했다. 그녀에게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일은 곧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는 환자들과 그 환자들을 종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의학지식 이전에 환자와 그 환자들의 가족을 사랑할 수 있는 감정을 의대생들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휴먼스토리 수업을 전개한 것이다. 난 그녀의 교수법을 읽으면서 나 교사야말로 병이 아닌 인격을 지닌 한 사람을 성장시키고 치료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를 돌아보았다. 난 그 아이와 그 아이가 가진 모든 환경을 그 가족들 까지도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난 한번이라고 가져본 적이 있던가 하고 말이다. 아니 그렇게까지 내 아이의 모든 것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야한다는 인식조차도 가지지 못했었다.
셋째, 평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해답이었다. 동국 대학교 석좌 교수 조벽 교수님은 평가란 학생을 평가함과 동시에 내 수업자체를 평가한다는 시각으로 접근해야한다고 말했고 벤터빌드 대학의 재닛 노던 교수는 나는 절대 시험으로 학생들의 순위를 매기거나 그들을 열등감에 빠뜨리거나 자포자기하게 하거나 혹은 자만심에 휩싸이게 하고 싶지 않다. 시험이란 단지 나와 학생들이 효과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했는지 확인하는 수단이라고 평가를 정의했다.
내게 평가는 그냥 아이들의 등급을 나누는 일이었다. 그리고 항상 시험이 끝나고 나면 "왜 이렇게 아이들은 공부를 안 하는 거야. 정말 속상해. ”라며 동료 교사들과 함께 아이들의 나태함만을 탓하곤 했었다. 하지만 이 글속의 교수들은 아이들의 평가를 위해서 정말 많은 고민들을 하고, 그 평가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기위해 고심하는 사람들이었다.
교직 경력 20년째, 교실에서 아이들과 씨름한다는 것, 아직은 사고가 형성되어 가는 아이들이기에 그 아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보람있는 만큼 때로는 지치고 힘든 일이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어쩜 더 철든 학생들을 가르쳤다면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대학 강단이라는 곳이 아닌 내가 있는 초등학교 이 곳에서도 그들이 하고 있는 교사로서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충동을 강하게 느꼈다. 아니 어쩜 내가 교사로서 느꼈던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있었던 게 아니라 나에게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단 한 번도 이 책속의 그들 같은 열정으로 교사 생활을 해본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보았다. 대답은 당연히 노우였다. 내가 그들 같은 열정으로 수업을 준비해보고, 수업을 해보고, 그들 같은 열정으로 학생을 대해본 적이 있었던가? 부끄럽게도 단 한 번도 그러하지 못했다. 아니 이 책을 읽고서야 좋은 교사에 대한 상을 총체적으로 인식하게 되었음을 고백한다.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기 보다는 앞으로 내게 주어진 교사로서의 시간들을 이 책속의 앞서간 선배들의 실제를 교훈삼아 열심히 성실로 메꾸어 나가면서 어제보다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사라는 이름으로 살고싶다 라는 다짐을 이 책을 읽으며 하게 되었음을, 그런 소중한 기회를 얻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