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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바보상자이거나 멘토거나

월요일을 기다리고 수요일을 기다리고 토요일을 기다리는 나를 발견하는 때는 내가 드라마에 빠져있다는 증거다.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 주말드라마로 구성되는 방속국의 편제 때문에 난 월요일을 수요일을 토요일을 기다린다. 물론 매일 매일 드라마에 빠져 지낸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듯이 드라마 때문에 일주일이 더디 가기도하고 또 금방 흐르기도 한다. 난 드라마를 보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나의 뒷모습을 보고, 내 꿈을 점검하기도 한다.

내가 열광하는 드라마는 두 가지다. 미움과 다툼이 갈등이 있지만 사랑으로 그 모든 걸 감싸는 사람냄새 풀풀 나는 가족드라마 그리고 드라마의 주인공이 멋있는 드라마다. 주인공의 외모가 풍채가 미모가 대단하다는 말이 아니다. 자신의 꿈을 향한 열정이 그리고 자신의 꿈을 향한 열정으로 주변을 살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등장인물이 나온다면 난 그 드라마에 빠져든다.

자신의 꿈과 일에 대한 열정은 자신에게 철저하게 엄격함을 의미한다. 나도 그런 사람이었다. 내 꿈을 생각하면서 나 자신에게 엄격하면서 주위를 돌아볼 여유조차 아까워하며 나의 꿈을 위해 달렸다. 그리고 난 그런 내 태도에 대해서 잘못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가끔씩 이런 나에게 주위 사람들이 던지는 따가운 눈초리를 느끼기도 했지만 그래서 외롭기도 했지만 그 외로움쯤이야 얼마든지 홀로 이겨내고 견뎌낼 오만도 내게는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나를 변화시킨 한 편의 드라마가 있었다. 바로 '뉴 하트'라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2007년 12월부터 2008년 2월까지 방영되었던 흉부외과 의사들의 삶을 다룬 드라마다. 그리고 난 그 드라마를 통해 내가 반쪽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음을 선명하게 알게 되었다. 환자를 사랑하지 않는 의사, 환자의 아픔에 마음을 기울이지 못하는 의사의 뛰어난 의술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뛰어난 의술을 익히기 위해 지금 환자의 아픔을 외면하고 학문에만 몰입하는 의사라면 그 또한 훌륭한 의사라고 말할 수 있을까? 결국 난 뉴 하트 드라마 속의 다양한 의사들의 모습을 통해서 책속에서 그리고 독방에서가 아닌 사람들 속에서만이 교사로서의 내 재능이 내 열정이 아름다운 것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한동안 좋은 영어 교사가 되기 위해 영어책에만 나를 묻으며 책속에서만 나를 찾으려 했던 나의 편향된 모습을 깨닫게 되었다. 마더 테레사, 슈바이처가 체 게베라, 간디, 책꽂이를 가득 채운 위인들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들은 낮은 자들 속에서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고 자신의 삶을 그들과 함께 나눈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되었다. 진정 아름다운 삶은 골방속의, 내 머리 속 인식에서가 아니라 넓은 광야에서 내 재능을 타인과 함께 기꺼이 나누는 삶이란 걸 난 드라마를 통해 배웠다. 그 어느 책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내 삶의 전환점을 드라마를 통해 배웠고 난 지금 세상과 그리고 교실 속 내 아이들과 내 아이들의 부모님들과 소통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교사로 살고 있다.

많은 이들이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 말한다. 하지만 난 텔레비전 속 드라마를 통해 나를 변화시킨 귀한 깨달음을 얻었다. 텔레비전이 바보상자가 되거나 혹은 내 인생의 멘토가 되거나 그 선택은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바로 나 자신에게 달린 것이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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