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내내 교사들의 명예퇴직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서울시 교육청의 경우 세계일보(2012.8.8)에 따르면 2009년 649명이던 것이 2010년 795명, 2011년 853명, 2012년 1223명으로 나타났다. 전북의 경우도 전북일보(2012.8.9)에 의하면 2009년 125명, 2010년 173명, 2011년 175명, 2012년 218명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한국교총이 제31회스승의 날을 맞아 전국 초ㆍ중ㆍ고 교사 32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교원인식설문조사’에 그 답이 나와 있다. ‘명예퇴직 증가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94.8% 교사가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어려움’이라고 답했다. 또 ‘어떤 교육환경 변화 때문이냐’는 질문에 70.7%가 ‘학생인권 조례 추진 등으로 학생지도가 어려워지고 교권이 추락해서’라고 답했다.
실제로 요 몇 년 사이 필자와 같이 근무했던 동료 여러 명이 교단을 떠난 바 있다. 정년이 5년쯤 남은 필자와 또래이거나 2~3년 선배들이었다. 그들 모두에게 답을 들을 수 없었지만, 수술 같은 신병으로 그만둔 선배를 제외하곤 위에서 말한 명퇴 급증 원인과 닿아있지 않나 생각된다. 분명한 사실은, 그만큼 ‘선생질’하기가 힘들어진 세상이라는 점이다.
어느 분야에서든 갈수록 좋아져야 하는 것이 순리인데, 어찌된 일인지 선생하기는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예컨대 법률 제정도 없이 밀어 붙이는 교원평가제가 그렇다. 학교를, 교사를 보험회사의 설계사처럼 가시적 실적으로 재단하려는 교원 성과급이 또 그렇다.
거기에 학생인권조례다 뭐다 하며 대한민국 학교현실에 대한 사태 파악 못한 것들이 설쳐대 그로 인한 교권 추락까지 더해졌으니, 그걸 다 감당하며 자릴 지키는 교육경력 20년 이상(명퇴가능 조건) 교사들의 초인적 힘이 신기할 정도다.
그나마 다행인지 최근 화제가 만발한 학교폭력 문제 따위로 명퇴할 생각이 일어나는건 아니다. 그럴망정 수업시간에 자는 애들 깨우지 않고, 화장하거나 매니큐어 칠한 학생들 봐도 그냥 말로만 살짝 뭐라하고 넘어가야 무사할 수 있다. 그냥 0점 주라며 수행평가에 응하지 않는 학생을 어떻게 하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선생질’이라 해도 부인할 교사가 별로 없다.
명퇴한 교사들은, 아마도 그런 선생질을 하지 못한 강직함으로 똘똘 뭉친 제2의 페스탈로찌였을 것이다. 이를테면 올바른 교육관과 제대로 된 가치관 등 제 정신이라면 교사 하기가 그만큼 힘든 학교현실인 셈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없고 성적과 줄세우기, 강제적 방과후 학교와 취업에만 올인하는 학교에서 교사 역시 스승이긴커녕 그냥 ‘월급쟁이’일 뿐이라면 필자만의 억지스런 호들갑일까?
그러나 내가 학교를 떠나고 싶은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다. 글쓰기 지도 등 ‘존재감’을 예전처럼 가질 수 없게 되어서다. 젊은 학부모가 전화해 “백일장에 꼭 가야 하냐?”며 다그치듯 말하는 것에 그만 깜짝 놀라서다. 내 승용차에 태워 백일장 참가하는 학생의 버스표를 첨부하라는 탁상행정에 오만 정이 다 떨어져서다.
일각에선 배부른 소리한다며 비아냥댈지 모르지만, 30년쯤 선생하면서 지금 같은 열악한 학교 환경은 처음인 것 같다. 주당 수업시간이 되게 많았어도 국어교사더러 자격증도 없는 도덕과목을 가르치라 했을 때도 이런 ‘더러운’ 기분은 아니었다. 사표(師表)까지는 아니더라도 ‘천직’이라는 자부심만큼은 넘쳤기에 교사일 수 있었던 것이다.
천직이라는 교사의 자부심을 정년 단축, 개혁대상 등으로 송두리째 앗아간 원조가 이명박 정부는 아닐지라도 그것을 고착, 심화시킨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4년 동안 진행된 교사 명퇴 급증이 단적인 증거이다.
한국교총 설문조사대로 하면 이상만 앞서고 물색 모르는 이른바 진보교육감들도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가시적 성과의 숫자 놀음이 교육의 본질은 아닐진대, 박 터지게 경쟁만을 부추기는 게 가르침의 본령은 아닐텐데, 그렇게 하라고 한다. 교사로서 지녀왔던 존재감이 자꾸 희미해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