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5일, 815투어의 산악회원들이 낙영산과 가령산을 산행했다. 산행날짜가 일요일에서 토요일로 바뀌며 참가자가 줄고, 사정상 아침에 불참을 통보해온 회원들이 있다. 산행을 하며 정을 나누는데 수의 많고 적음이 문제인가. 단출하게 21명이 오전 7시경 몽벨서청주점을 출발했다.
비온 끝이라 차창 밖 먼 산들이 운무로 몸의 일부를 가리고 불어난 냇물이 제법 빠른 속도로 흐른다. 1시간여 달린 관광버스가 괴산군 청천면 사담리에 위치한 공림사의 주차장에 도착했다. 바위덩어리로 이뤄진 낙영산을 바라보며 준비운동을 했다. '산의 그림자가 비추다 혹은 그림자가 떨어지다'를 뜻하는 낙영산(落影山)은 멀리서 바라보는 모습이 아름답다. 신라의 진평왕 때 당나라의 고조가 세숫물에 비친 아름다운 산을 그림으로 그려 찾아낸 산으로 우리나라 산의 그림자가 중국에 떨어졌다는 뜻에서 낙영산이라 부른다.
공림사는 신라 제48대 경문왕(861~874년) 때에 자정선사가 창건한 천년고찰로 나무 숲 속에 숨어 있어 노거수들이 입구에서 맞이한다. 자정선사의 법력이 백성들로부터 칭송을 받자 경문왕이 그 인물됨을 알고 국사의 칭호와 함께 공림사(公林寺)라는 사명을 지어 액자를 하사하였다고 전해지는데 낙영산 자락의 자연풍경과 잘 어울린다.
관음전과 삼성각 뒤편으로 오르는 산길은 암벽이 이어져 구경거리가 많다. 하지만 길이 미끄러워 사찰에서 나와 왼쪽의 산길로 접어들며 산행을 시작했다.
습하고 바람이 없는 날씨라 계곡을 오르며 땀을 많이 흘렸다. 사찰에서 40여분 거리에 도명산과 연결되는 안부가 있다. 낙영산은 도명산, 가령산과 삼각형을 이루며 등산로로 연결된다. 이번 산행은 도명산을 제외하고 낙영산, 무영봉, 가령산의 정상을 지나 충청북도자연학습원 앞으로 하산하는 코스라 안부에서 휴식을 취한 후 오른쪽의 낙영산(높이 684m)으로 향했다.
가까운 거리의 정상은 나무들이 조망을 가리지만 주변에 아래편의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여러 곳 있다. 낙영산은 온갖 형상의 기암들이 솟구쳐 있어 선계에 와있는 느낌을 준다. 멋진 기암괴석과 소나무, 먼 산과 산 아래 풍경을 구경하며 오르내림을 반복하면 헬기장이 나타난다.
헬기장 끝의 작은 돌이 무영봉과 가령산 등산로를 알려준다. 뾰족한 돌탑이 정상(높이 742m)을 알리는 무영봉을 지나 가령산으로 향했다. 물기가 많은 산길에서 주인 허락 없이 땅을 사는 회원들이 여럿이다. 비온 뒤라 녹색세상이 싱그러운데 왼쪽을 바라보면 도명산 주변의 연봉과 거북바위 주변의 암석들이 소나무와 어우러지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었다.
정상 표석이 돌무더기 위에 놓여있는 가령산(높이 684m)은 송면의 자연학습원 주차장 앞으로 올려다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이다. 자연학습원 앞 화양천을 건너면 등산로가 연결되고 하산 길에 거북바위를 볼 수 있는데 며칠간 내린 비 때문에 화양천을 건널 수 없단다. 대야산과 중대봉 방향의 송면을 바라보며 하산한다.
산행을 하다보면 자연에게서 많은 걸 배운다. 있는 듯 없는 듯 자연은 늘 그 자리에서 수시로 풍경을 바꿔놓으며 사람을 맞이한다. 서로 길을 양보하며 주고받는 인사말, 간간이 들려오는 바람소리와 새소리, 산길 옆에 다소곳이 꽃을 피운 야생화 등 산길에서 만나는 다양한 풍경들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가령산 산행의 하이라이트는 거북바위 주변의 풍경이다. 거북바위의 모습이 눈에 밟혀 2006년 6월에 촬영한 사진을 찾아냈다. 천년의 잠에서 막 깨어난 거북이 한 마리가 머리를 길게 내밀고 도명산 방향을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불현듯 사진 속 거북이가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뿔싸, 길을 잘못 들었다. 일행들 모두 길이 없는 물가를 한참 동안 헤맸다. 고생을 했지만 버섯을 먹을 만큼 땄고 물이 넘실대는 화양천의 새로운 풍경을 구경했다. 서로 도와주며 물살이 센 화양천을 건넌 후 자연산 버섯찌개가 맛있는 자연산식당(043-833-8406)으로 갔다.
좋은 게 많으면 나쁜 추억 몇 개쯤 버릴 줄 알아야 인생살이가 멋지다. 815투어 신광복 산대장이 유머 몇 마디로 분위기를 돋운다. 버섯찌개 안주와 정이 넘치는 소주가 길 없는 물가를 걸으며 고생한 피로를 풀어준다.
비 끝의 들녘에서 누렇게 익어가는 벼, 새마을기가 펄럭이는 마을회관, 청주청원의 통합을 환영하는 현수막… 청주로 향하는 차안에서 바라본 저녁 하늘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