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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황당모드 정도껏 해야지, '해운대 연인들'

그 수를 정확히 셈해보진 않았지만, TV드라마 홍수시대라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성싶다. 그 많은 드라마들을 다 보는 것이 불가능한 일임도 말할 나위 없다. 방송평론가도 예외가 아니다. 사정이 그쯤되고 보면 응당 문제는 ‘어떤 드라마를 골라 보느냐’이다. 
 
필자에겐 TV드라마 보기 원칙이 있다. 그중 하나가 대하드라마는 꼭 챙겨본다는 것이다. 지난 번 이 지면에서 만나본 ‘무신’, ‘광개토대왕’ 등이 그런 원칙으로 제1회부터 종영까지 한 회도 거르지 않고 시청한 대하드라마다. ‘해운대 연인들’(KBS 2TV)은, 이를테면 외도의 드라마 보기였던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현대물을 전혀 안보는 것은 아니다. 역시 이 지면을 통해 살펴본 ‘빛과 그림자’라든가 막장 드라마이면서 시청률 40%를 오르내리는 대박 작품이었던 ‘아내의 유혹’, 그리고 ‘아이리스’, ‘아테나’ 같은 대작드라마들은 일부러 챙겨보기도 했다.
 
그래도 ‘해운대 연인들’은 볼 ‘깜’이 아니었다. 지난 25일 16회로 종영한 ‘해운대 연인들’은 굳이 말하면 런던 올림픽 특수 덕을 누린 드라마라 할 수 있다. 기존 드라마도 결방되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첫 방송(8월 6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출연진도 꽤 화려하다. 영화 ‘후궁: 제왕의 첩’으로 인기 고공행진의 조여정(고소라)과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돈의 맛’에 출연한 김강우(이태성 또는 남해)가 그렇다. 그 외에도 티아라 소연, 초신성 건일, 다비치 강민경 등 아이돌 멤버들까지 아주 작심하고 높은 시청률을 넘본 캐스팅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희망사항으로 끝나고 말았다. 타방송사 경쟁작 월화드라마들이 15%대를 유지하며 비교적 인기드라마가 된 데 비해 ‘해운대 연인들’은 한 자릿수를 넘어서지 못해서다. 하긴 “방송사, ‘아이돌’로 시청률 덕 보려다 망신만 당했다”(조선일보,2012.9.11)는 보도가 있을 정도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해운대 연인들’은 한 마디로 황당한 드라마다. ‘황당모드도 정도껏 해야지’ 하는 탄식에 ‘빛나는’ 드라마이다. 드라마일 뿐이니 그냥 봐넘기려해도 보기 불편함이 수준급이다. 우선 출생의 비밀, 기억상실증, 조폭과 검사, 장난 같은 사랑 등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낯익음이 그렇다.
 
그 중 가장 엽기적인 건 주된 극중 흐름의 코미디다. 거의 전 인물이 희화된 캐릭터인데, 웃음이 헤프면 하나도 웃기지 않는 법이다. 프로포즈 기념으로 드라이브나 하자는 태성에게 소라가 “배달 가야 돼요”라 말하는 등 진짜 유머러스한 대목도 있지만, 전반적으론 역겨움을 더 많이 안겨주고 있다. 
 
그외 배가 조금 흔들렸을 뿐인데도 바다로 추락한다든가 서울로 복귀한 태성이 부산지검으로 내려와 고소라 재판의 검사가 된다든가 따위 도무지 극전개상 박진감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개념없는 드라마가 ‘해운대 연인들’이다.

글쎄, 10대를 겨냥했는지 시청률을 좌지우지한다는 30, 40대 여성 시청자들을 염두에 두었는지 모를 일이다. 시청률이 좋은 드라마의 바로미터나 전부는 아니지만, 황당모드가 지나쳐 엽기적으로까지 느껴지게 한다면 가히 본전 생각이 날 만하지 않은가?
 
그런 와중에도 대사는 태성이 화가 나 토라지다의 뜻인 ‘삐친 거야’를 ‘삐진 거야’로 말하는 오류말고 제법 건질게 있다. “남북통일, 기아문제, 세계평화는 시간이 좀 걸려요”, “꿈은 꾸라고, 이루라고 있는 것”, “내 머리에서 사이렌 소리 울려대는데”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또 주주총회장에 내걸린 플래카드에는 일시와 장소도 표기되어 있지 않다. 축구중계 방송으로 1회 결방하고, 14~15회를 24일 밤 몰아서 해버렸다. 야구경기에다 해운대 풍경 따위 속보이는 화면까지,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참 난처하다. ‘해운대 연인들’은 그런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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