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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청풍호와 벗하는 가은산과 둥지봉

지난 9월 23일, 815투어 산악회원들과 제천의 가은산과 둥지봉에 다녀왔다. 일찍 일어나 날씨부터 살폈다. 뒤편 베란다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청주의 진산 우암산을 가을 안개가 감췄다. 


7시에 몽벨서청주점을 출발한 관광버스가 내수, 증평을 거쳐 괴강다리 옆 만남의 광장 주차장에 도착한다. 물가에 둘러앉아 이른 아침부터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을 바라보며 도시락으로 맛난 아침을 먹는다. 세상은 참 좁다. 차안에서 어린 시절 친구를 만난 회원들이 반가움에 어깨동무를 하고 기념사진을 남긴다.


스쳐가는 창밖 풍경으로 낚시터가 늘어선 충주호를 만나고도 굽은 산길을 한참 더 달린 관광버스가 옥순대교를 건너 옥순봉 쉼터에 도착했다. 이곳이 가은산 등산로의 초입이다.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충주호. 충주부터 단양까지의 충주댐 물줄기를 충주호로 이름 붙였지만 제천과 단양 사람들은 맑은 바람과 청명한 달빛이 머무는 이곳의 아름다운 호반을 잊지 못해 옛 이름 그대로 청풍호로 부른다.

혹자는 늘 그 자리에 있는 자연풍경인데 이름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말한다. 하지만 충주댐이 조성되기 전, 강원도 정선에서 흘러온 남한강 물이 현재의 청풍문화재단지 앞에서 자연 호수를 만들던 시절의 이름이 청풍호였다. 옥순봉과 구담봉 일대의 풍경이 충주호에서 최고의 경승지이기도 하다. 


옥순대교와 청풍호를 바라보고 계단길을 따라가면 청풍호를 바라보고 있는 정자를 만난다. 정자에 올라 바로 앞 건너편에 절경을 만든 옥순봉을 망원경으로 살펴본다.

옥순봉은 제천 10경 중 제8경으로 퇴계 이황이 기암괴석을 깎아 세운 듯 낭떠러지가 병풍처럼 펼쳐진 풍경이 마치 '비온 뒤 솟아나는 옥빛의 대나무 순을 닮았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기암괴봉이 청풍호의 물결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시와 그림으로 칭송한 이들이 많다.

옥순대교에서 600m 지점의 고개사거리에서 능선방향으로 직진하면 가파른 오르막과 바위산이 이어진다. 힘이 들어도 날씨 좋은 날, 좋은 사람들과 같이 산행해 저절로 즐겁다.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면 옥순봉과 청풍호를 오가는 유람선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고진감래'라고 산은 고생하며 높이 오를수록 멋진 풍경을 많이 만난다. 상천휴게소방향의 전망암(452m)을 구경하고 되돌아와 가은산 방향으로 능선길을 따라가면 기와집바위․석문․곰바위 등 여러 모양의 기암괴석, 산줄기가 힘찬 금수산과 망덕봉, 분재를 닮은 소나무, 여유롭고 평화로운 산 아래 마을 풍경이 아름답다. 이곳에서는 포토 존이 따로 없다. 아무 곳이나 호수를 배경으로 폼 잡으면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가은산(575m) 정상은 무명봉 기점에서 200m 거리에 있다. 정상 표석과 안내판이 맞이하는데 주위에 잡목이 꽉 들어차 조망이 나쁘다. 왔던 길을 되돌아 무명봉 기점으로 간 후 남쪽 호수방향의 둥지봉으로 향한다.


10여분 내려가 노송의 굵은 가지가 바위 위에 길게 뻗어있는 마당바위에 점심상을 차렸다. 산행지에서의 점심시간은 음식만 먹는 게 아니다. 오가는 여담 속에 살아온 인생살이가 들어있다. 발길이 아슬아슬한 마당바위에서 남동쪽을 바라보면 천진선원, 구담봉, 장회나루선착장, 제비봉이 눈앞에 있다.

경사가 급한 내리막 숲길을 걸어 둥지고개로 간다. 직진하여 다시 힘들게 능선을 올라서야 바위 위에 표석이 서있는 둥지봉(430m) 정상이다. 


둥지봉 정상을 호수쪽으로 내려서면 화강암으로 이뤄진 암릉지대가 펼쳐지는데 이곳이 가은산과 둥지봉 산행 최고의 절경이다. 이곳을 보지 않고 가은산과 둥지봉의 멋진 풍경을 말할 수 없다.

암릉이 길게 발을 뻗은 청풍호, 갖가지 사연과 전설을 간직한 구담봉과 옥순봉, 물 위에 파문을 만들며 유유히 떠가는 유람선, 기묘한 바위들을 대표하는 새바위, 호수의 물길을 가로지르는 옥순대교가 손에 닿을 듯 아주 가깝게 내려다보인다.


둥지봉 코스는 유격훈련을 하듯 로프를 타고 오르내려야 하는 암벽이 많다. 험난한 산행이 즐거운 것처럼 보여도 이것저것 부대끼는 일이 많은 인생살이를 닮았다. 그러하기에 서로 마음을 하나로 모으면 쉽게 아래로 내려선다.


막 태풍이 지나간 뒤라 호수가 물을 가득 담고 있다. 아뿔싸, 벼락맞은바위 앞까지 물이 차올라 새바위로 가는 길이 사라졌다. 이때부터 무릎의 통증을 참으며 먼 길을 돌고, 계곡물로 갈증을 해소하는 고생길이 시작되었다. 시간 때문에 가은산에서 제일 멋진 새바위를 가까이서 구경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컸다.


출발지로 내려오며 청풍호를 오가는 유람선 위에서 옥순봉, 구담봉, 둥지봉이 만든 자연의 신비에 감탄하던 때를 생각했다. 옥순대교에서 둥지봉과 옥순봉이 병풍을 만든 청풍호의 풍경을 바라봤다. 저녁나절 석양으로 물드는 청풍호의 모습이 색다르다. 청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새바위를 가까이서 보러 다시 한 번 찾기로 했다.


웬 송이버섯이냐고? 송이버섯! 자식에게도 어디에서 땄는지 알려주지 않는다지만 누구랑 먹었는지는 얘기해도 된다. 단 먹고 한참 지나 입에서 송이향이 나지 않을 때까지 참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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