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일, 뜻 깊은 행사가 있었다. 바로 화성행궁 수원시문화재단에서 있었던 '수원 남창동 최동호 시 창작교실' 수료식. 이 자리에서는 시민 25명이 사단법인 시사랑협의회(회장 최동호)로부터 영광스런 수료증을 받았다. 이 수료증 아무나 받는 것 아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무려 세 달간(2012.11.16∼2013.2.1) 꼬박 창작교실에 출석해야 한다.
맨 처음 시 창작교실이 언론에 보도되었을 때, 과연 얼마나 모일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첫날 모인 인원은 60여명. 수원 뿐 아니라 수원 인근도시에서도 시를 배우려는 시민들이 모여 들었다. 인문학의 배움에 대한 갈구가 이렇게 강하다니? 수원은 이제 인문학의 도시라 해도 괜찮을 듯 싶다.
모인 사람들 나이를 보니 다양하다. 20대에서 70대까지 배움에는 나이의 구별이 없다. 50대인 필자보다 연세가 더 위인 분들도 많다. 이 분들 계속 출석할까? 최동호 교수는 결석 2회까지 허용되지만 그 이상은 아니 된다고 단호히 말한다. 엄격한 규정보다도 배움에 대한 열의가 유종의 미를 거두게 했다.
매주 금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시 창작 세계에 빠져야 한다. 습작시를 가져와 평가도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의미가 깊었던 것은 강사로 나온 유명한 시인, 평론가, 시조시인 등이 그들이 실제 체험했던 것을 바탕으로 시 창작법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시의 본질에 다가가는 다양한 길을 안내해 주었다.
수강생들이 가져온 습작시가 아무리 많아도 강사들은 선험자답게 시를 평가해 좋은 점과 고칠 점을 지적해 주니 이보다 더 고마을 순 없다. 자신의 실력을 금방 평가 받는다. 어느 부분을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를 콕콕 짚어준다. 한 편의 완성된 시가 탄생하기까지 어려움을 직접 겪어본다.
전문 시인의 경지까지 오른 분도 수십 번 시를 고쳐가며 다듬는다고 한다. 아마추어일 경우, 몇 백 번을 고치고 고친다. 고치면 고칠수록 시의 의미와 맛이 달라짐을 느낀다. 그러면서 시의 수준을 높여가는 것이다. 그러나 곧 한계에 도달하고 만다. 그래서 시 지도의 멘토가 필요한 것 아닐까?
필자의 경우, 생활속에서 시의 소재를 구해 보았다. 그래서 시도해 본 것이 병따개, 교장실, 싸리 채반 등. 그러나 작품을 완성하기가 어렵다. 시간은 몇 시간씩 흘러가는데 단 몇 줄을 이어가지 못한다. 시인들이 위대해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를 형상화하고 독자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어 내는 힘은 수 년간의 수련을 필요로 하는 것이리라.
시 창작교실을 마치고 나서 달라진 점 하나. 수도권 전철을 타고 가다 오류동 철교를 지날 때면 문득 35년 전 대학 통학 때의 전동차 안의 풍경과 그 당시 들었던 남녀 대학생의 대화가 생생히 떠오른다. 수원의 교동 고물상앞을 지날 때면 유년시절 내 모습이 떠오른다. 시야에 들어오는 모습을 시로 연결시키려 한다.
수료식 기념강연에서 최동호 교수는 '남창동과 잃어버린 중학생 모자'를 이야기 한다. 자신의 중학생 시절 이야기다. 그러면서 문학은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수료식에는 강사로 뛰었던 오형업, 이찬, 정수자 님도 함께 하여 수료를 축하해 주었다.
그 동안 수강생들이 제출한 습작시에 대한 시상도 있었다. 장원 두 명, 차상 1명, 차하 2명이 선정되었다. 장원 작품에는 등단자인 김선양의 '여독을 풀어줘', 미등단자인 최정희의 '주름의 질감'이 뽑혔다. 장원으로 뽑히면 서정시학 예선 통과와 같다고 한다. 이렇게 5회 통과되면 등단하는 것이다.
이런 소중한 모임을 만들어 주신 수원 출신 최동호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또 강사로 나와 수강생을 위해 봉사해 주신 맹문재, 박덕규, 권혁웅, 오형업, 정수자, 이찬, 권성훈, 방민호, 김구슬, 신덕용 님께 고마운 말씀을 전한다. 시 창작교실을 주최한 남창동 주민들도 고맙다. 25명의 시 창작교실 수료생들이 위대해 보인다.